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시라이시 가오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어떤 사건이 일어난 반년 후에 책은 시작한다. 앞 권을 보지 못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종종 등장하는 시라이시의 회상으로 대강 유추해 보자면 '그가 동거하던 그녀의 시체를 냉장고에 숨겼다가 그녀의 머리를 잘라냈고, 자른 머리를 시부야 역 앞 하치코 동상 다리사이에 올려둔 사건'이다. 언뜻보면 시라이시가 범인 같지만, 뒷 권인 이 책에서 경찰과 빈번하게 만나고 시라이시에게 경찰이 될 것을 권유하는 걸로 봐서는 범인이 아닌듯하다. 무척 궁금한 사건을 앞에 던져놓고(내가 못본 것 뿐이지만) 주인공은 새로운 사건을 만나게 된다. 


이미 앞권에서 훌륭하게 사건을 해결했을 시라이시에게 또 사건이 일어난다. 코난도 아니고 사건을 끌이들이는 재주가 있다. 해결도 잘한다. 본인은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더 잘 어울리는 직업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예를 들면 탐정이라던가. 경찰이라던가.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여대생은 시라이시를 탐정의 길로 안내하기 위해 몇 달치의 알바비를 털어 극단사람들과 전철에서 연극을 한다. 경찰도 권유한다. 시라이시의 상사이자 재벌영애인 사에구사 실장은 회사 안에 탐정사무소 비슷한 걸 차려주고, 전직 공안을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나만 빼고 다 아는 나의 적성을 찾아주기 위해 주변사람들이 분주하다. 책 제목이 그에 걸맞게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일상 미스터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일, 회사에서 생기는 일 등. 시라이시의 일상생활 반경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건마다 흥미로운 부분이 있고, 분위기가 무겁지 않아 보기 편하다. 무엇보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인재를 알아본 경찰의 질척거림이 최고조에 달한 일화였다. 대놓고 경찰시험을 보라고 하고, 억지로 명함을 쥐어주며 경찰서를 견학시키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일반인을 데려가는데, 어쩌지를 못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시라이시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두 번 봤는데도 웃겼다. 적당한 무게감을 가진 사건에 살짝 멍한 탐정?을 보고 싶다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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