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유전자의 세계로

재밌어서 밤새 읽는 유전자 이야기 ㅣ 재밌밤 시리즈
다케우치 가오루.마루야마 아쓰시 지음, 김소영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8년 1월

얼마 전, 재밌는 이벤트를 발견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내 몸 속에 비만유전자가 있는지 검사 할 수 있는 키트를 제공하고, 분석 후 맞춤 다이어트 방안을 제시해주겠다는 이벤트다. 유전자 검사는 특이 질병이거나, 친자 확인, 범인 특정에서나 사용되는 줄 알았다. 아무리 평생의 숙제라지만 다이어트에 쓰일 줄은 몰랐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생각해보면 획기적인 방법이긴 하다. 사람에 따라 다른 체질에는 유전자의 영향도 있을거다. 분석을 통해 자신에게 정상기능보다 떨어진 유전자가 있다면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면 될테니 원인을 모른 채 헛도는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책은 처음 유전의 법칙을 찾아낸 멘델부터, 유전학이 정착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과학자가 거친 과정을 비롯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우성과 열성에 대한 개념이다. '우성은 좋은 것, 열성은 나쁘거나 모자란 것'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분명 과학시간에 배웠을텐데 왜 변질된 뜻만 머릿속에 남아있는지. 그것이 아니라고 책은 몇 번이나 강조한다. 우성은 유전형질이 발현되기 쉬운 것, 열성은 어려운 것. 발현되기 쉬워서 많이 나타나는 것이고, 발현되기 어렵기에 조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이것을 곡해했던거다. 우월해서 열등한 것을 이겨 우성이 나타날 확률이 높았던거라고.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삼색고양이 수컷은 왜 없는지, 유전자 변형 작물은 위험하지 않은지, 유전자로 할 수 있는 치료가 어느 단계까지 와있는지, 어떤 치료를 했었는지,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키메라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알 수 있다고 했을 때, 문득 '그런 것도 있었지'하며, 위의 다이어트 키트가 생각났다. DNA검사로 100% 진범을 잡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누군가가 시료를 바꿔놓지 않는 한, 가장 중요한 증거는 DNA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니.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에 쉽지는 않다. 전체적으로는 쉬운 난이도지만, 가끔 복잡해서 앞 장을 다시 볼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담긴 내용은 귀를 솔깃하게 하고, 눈을 반짝이게 한다. 신비롭고 흥미롭다. 상상력을 마구 자극한다. 단편으로 이어진 SF소설을 본 듯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