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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 - 언제 대재해가 일어나도 우리 가족은 살아남는다
오가와 고이치 지음, 전종훈 옮김, 우승엽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재해가 일어났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멈칫'하는 순간이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 채 멍하니 있는 것.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는 짧은 망설임도 가져서는 안된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재해심리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우선, 위험을 인식하지 않으려는 심리다. 재해가 일어났고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미리 알아둔 방재지식대로 침착하게 행동해 살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재해현장에 물건을 가지러 가는 일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일이 실제로도 일어난다고 한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수많은 사람이 실제로 물건을 가지러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셋째, 사람이 많으면 다수의 분위기에 동조하려고 하며 같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가 위험하다고 선동해 대피해야 한다. 넷째, 가망이 없다며 포기한다. 포기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까지 말려든다. 말려들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스스로 대피할 생각을 해야한다.
재해심리를 알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린 후에는 지진대처방법을 알고있어야 한다.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대처해놓는다. 지진을 견딜 수 있는 건물로 만든다. 집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든다. 일단, 출입구를 막지 않게 가구를 재배치한다. 재배치한 가구는 지진이 났을 때 쓰러지지 않게 고정을 시킨다. 유리창에는 비상방지필름을 붙여 유리가 깨져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한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집에 소화기를 배치해놓는다. 대피시 사용할 용품, 식량을 평소에도 사용하면서 넉넉하게 구비해둔다. 부상을 대비해 응급처치 방법도 알아놓는다. 출혈시 지압방법, 골절시 부목방법, 심정지시 심장마사지와 AED기계 사용방법을 알고 실전에서 쓸 수 있게 연습한다.
지진대피요령도 알려준다. 지진이 발생하면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화재의 원인을 제거하고 문을 열어둔다. 물건이 쓰러져 깔릴 위험이 없는 장소로 이동한다. 길거리 이동시에도 전광판이 떨어지거나 자판기가 쓰러지거나 할 만한 장소에서 벗어난다. 운전시에는 서서히 감속 후, 엔진을 끄고 정보를 수집하며 기다린다. 지진감지시 자동으로 멈추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면, 층마다 눌러 멈추는 층에서 내린다. 극장, 지하상가 등 장소에 상관없이 머리를 먼저 보호하며 장애물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화재시에는 주위에 알린다. 아직 위로 번지지 않은 작은 불이라면, 소화기 뿐 아니라 물, 물에 적신 쿠션, 담요 등으로도 불길을 잡을 수 있다. 불길이 심하게 번졌다면, 빨리 대피하는데 물에 적신 수건, 손수건, 옷 등으로 입과 코를 막아 유독가스 흡입을 막는다. 연기가 가득한 실내에는 바닥에 공기가 남아있는 경우가 많으니 엎드려 기어서 이동한다.
쓰나미는 무조건 빨리 물에서 먼 곳으로 간다. 시간이 없다면 높은 곳으로 간다. 높고 먼 곳이 가장 좋다. 진동기준을 스스로 안전하다 판단하지 않는다. 운전중이었다면 차에서 내려 뛰어서 대피한다. 대피 후, 피난해제 발표 전까지는 낮은 지대로 가지 않는다. 물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곳이 쓰나미로부터 가장 안전한 장소다.
태풍과 홍수도 쓰나미와 비슷하다. 하천, 강, 저지대 등 물이 넘칠 수 있는 장소 근처에 가지 않는다. 단시간 호우 정보가 발표되면, 대피 준비를 한다. 머리를 보호하고,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하고 운동화를 신는다. 대피는 가족, 이웃과 함께한다. 낙오예방으로 줄로 묶어서 가면 좋다.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수심은 50미터다. 물살이 빠르면 위험하니 튼튼한 건물 가장 높은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 토사가 갑자기 쏟아져 내릴 때는 토석류의 방향과 수직방향으로 달려 피한다.
폭설로 인한 제설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모, 생명끈을 반드시 착용하고 건물주변의 눈을 남겨둔 채 한다. 외출시 되도록이면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다. 한야만 한다면 눈전용 타이어를 착용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차 내 삽과 비상식량을 준비한다. 걸을 때는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고, 보폭을 줄이고, 모자를 쓴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혹시모를 고립과 정전에 대비해 평소 식량을 비축해놓고, 건전지 등의 비상전력도 확보해놓는다.
저자는 방재에 대한 강연을 다니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만은 괜찮겠지'라는 근거없는 안도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국도 아닌 태풍, 지진, 쓰나미 등 각종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일본에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일본에 지진이 나거나 쓰나미가 밀려왔을 때, 한국은 일본에 비해 자연재해에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며 안심했다.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진설계에 대비하지 않아 취약한 건물들이 무너져내리고,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개중에 미리 재난대비 훈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선동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왔을지.
포항지진 후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족 재난 생존법이라니, 자연재해에는 당할 수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생존법을 알려준다는 책이 얼마나 달콤하게 느껴지던지. 더욱이 재해가 많은 일본 전문가의 책이라 믿음이 갔다. 지진, 화재, 쓰나미, 태풍과 홍수, 화산, 폭설로 발생하는 각종 재해에 대한 대비책을 담았다. 이미 알고있는 것도 있었고, 처음 보지만 '상식적으로 이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드는 것도 있었다. 안심하지 말자.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대비하자.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실천하는 사람이 재난도 이겨낼 수 있다. 뉴스에서 보던 남의 나라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만들어 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