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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 평범한 나날을 깨워줄 64가지 천재들의 몽상
김옥 글.그림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나는 타인의 감상문을 읽지 않는다. 선입견을 가질 수 있고, 그 의견에 휩쓸릴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다. 기대하고 있던 영화가 있다치자. 우연히 그 영화를 미리 본 사람의 평을 봤는데, "괜히 봤다. 시간 낭비였다.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 건지 모르겠다."라고 한다면 기분 좋게 그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아니, 예매할 생각이나 들까. 그 영화 대신 흥미가 생기는 다른 영화를 찾아 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난 후 읽는 책은 온전히 내 감상이 아닌 섞여버린 애매한 감상이 된다. 읽는 도중에 타인의 감성이 끼어들거나 이미 알아버린 결말은 더 이상 책 읽는 재미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감상이 끝난 후라면 몰라도 미리 보지는 않는다.
그런 내가 읽은 책은 공교롭게도 책, 영화, 그림, 사진 등을 보고 느낀 점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감상문 모음집이다. 제목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은 오롯이 개인의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이 책을 읽으며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아쉽다면 아쉬웠다. 그림과 사진에는 관심도 없고 책과 영화는 간간히 보는 편인데 작가의 취향과 내 취향이 극과 극이라 3개 정도의 영화를 빼놓고는 본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전멸이다.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64가지의 이야기는 전혀 모르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기에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어렵게 찾은 이미 본 영화의 감상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어지는 소설이 아닌, 한 작품에 대한 그림과 짤막한 글이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다. 끌리는 제목을 찾아서 읽어도 좋고, 감상 후에 봐도 좋을 것 같다.
실은 이야기보다, 작품 자체보다 그림에 흥미가 있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와 취향에 맞는 그림. 당연히 그림쪽이 재미있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그림을 보고 배우의 얼굴을 알아맞추는 혼자만의 소소한 게임은 내가 이 책을 즐긴 또 하나의 방법이다. 외국 배우를 많이 알고 있다면 이 게임을 추천해본다. 작가의 감성이 듬뿍 담긴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이야기도 모아놓고 싶어진다. 나를 감동시키고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준 것들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