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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평점 :
음악은 신기하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을 꺼내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음계와 악기와 누군가의 목소리가 전부라면 전부인. 인생의 시간에서 보면 찰나의 시간밖에 되지 않을 몇 분의 음악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절망에서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하고, 아픔을 위로받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도 한다. 나에게 음악은 추억이다. 버스 안에서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 언제고 창밖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그때 나눴던 대화가 생각난다. 그래서 음악은 기억과도 같다. 음악에 대한 내 감상은 그렇다. 매직 스트링은 음악이 자신의 수많은 아이 중 하나인 기타리스트 프랭키 프레스토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태어날 때부터 음악은 프랭키와 함께였다. 베토벤이 그랬고, 바흐가 그랬듯. 그도 음악의 은총을 받은 음악의 아이였다. 탄생과 함께 엄마를 잃어야 했지만, 그 순간에도 음악은 그의 곁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음악과 만난 건 프랭키가 아버지라 믿고 있던 바파에 의해서다. 바파는 강가에서 버려진 아이를 주워와 자신의 아이로 길렀다. 프랭키는 시력이 좋지 않았고 의사는 실명 가능성을 얘기했다. 바파는 프랭키의 미래를 걱정해 시각장애인 기타리스트를 떠올리고, 아이에게 기타를 가르치기로 한다. 레슨을 거절하던 시각장애인 기타리스트는 끝내 이를 수락하고 프랭키는 엘 마에스트로의 수업을 받게 된다. 엘 마에스트로의 수업을 엄격했다. 하지만 훌륭했다. 손으로 부리는 기교보다 영혼으로 즐길 수 있도록 음악과 소통하는 방법부터 가르쳤다. 좋지 못한 시국 때문에 바파와 헤어진 프랭키는 엘 마에스트로와 함께 지내며 기타 수업에 매진한다. 프랭키의 음악은 이때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프랭키는 스승이 뒤따라올 것이라 믿고 살던 곳을 떠나게 되었을 때, 스승에게 기타와 기타줄을 선물받는다. 스승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떠돌이 연주를 하다 많은 만남이 있었고, 그것은 또 다른 만남을 불렀다. 프랭키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기타보다는 노래를 하게 되었고, 첫사랑과 재회해 행복한 한때를 보냈고, 그녀가 떠났고, 다시 만난 그 모든 순간에 음악이 있었다. 그의 기타줄은 중요한 순간에 파랗게 빛나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도와주기도 하고, 지켜주기도 한다. 그렇게 음악은 죽을 때까지, 그가 죽어서도 옆을 지키다 새로운 아이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 자신이 사랑하던 프랭키의 이야기를 한다.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러 와준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음악은 인생을 밴드로 비유한다. 가족이라는 밴드, 스승과 제자 밴드, 친구 밴드, 같이 일을 하는 밴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밴드라고 말한다.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주기도 하는 밴드. 인생은 수많은 밴드의 결성과 해체로 이루어지고, 밴드의 음악도 상대나 상황에 따라 변한다. 음악가나 가수가 하나의 음악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설사 한 곡이라도 그 안에 음의 높고 낮음, 장조와 단조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것처럼 인생도 그러하다. 모든 의욕을 잃은 눈 먼 음악가 엘 마에스트로가 프랭키라는 어린 제자를 만나 새 삶을 살고 꿈을 꾸기 시작하고, 누군가의 꿈이 되어 주었듯이. 프랭키가 연주와 노래로 다른이를 꿈꾸게 하고 그 다른이는 또 다른 이를 꿈꾸게 할 것이다. 그거야말로 매직스트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