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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가게와 마법사들 1 - 트루, 다시 만드는 마법사 ㅣ 십 년 가게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제목은 십 년 가게와 마법사들이지만, 책이 끝날즈음에 잠깐 나올 뿐으로 주인공은 다시 만드는 마법사 트루다. 마법이 점점 약해지고 있을 때, 마법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트루는 집안의 희망으로 많은 기대를 받지만 좀처럼 발휘되지 않는 마법때문에 기대는 실망과 질책으로 변한다. 시간이 지나고 혼자 남은 트루는 망가진 물건을 고치게 되면서 자신의 마법이 단순하게 새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망가진 물건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었음을 깨달은 후,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트루는 망가진 물건을 찾아다니며 새롭게 만든다. 다시 태어난 물건들은 언젠가 자신을 데려갈 손님을 기다린다. 손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트루의 상점에 발을 들인다. 망가져 버린, 오랜 꿈이었던 물건은 가족의 꿈으로 재탄생한다. 사용하지 못해 보관만 했던 아끼는 물건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바뀌었고,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소녀는 예쁜 마음만큼 귀한 물건을 얻어 결국 아픈 동생의 병을 낫게 한다. 새로운 물건들이 손님에게 즐거운 변화만을 준 건 아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한 손님들은 걸맞은 대가를 치룬다.
트루만 나오기에는 마법사들이라는 제목이 아까웠는지, 두 명의 마법사가 더 등장한다. '텐'과 '십 년 가게'다. 텐은 물건에서 색을 만들 수 있는 마법사다. 트루에게 집을 만들어달라 부탁하기 위해 찾아 온 것이 첫 만남이다. 십 년 가게는 마법사의 이름이자 마법사가 운영하는 가게 이름이기도 하다. 가지고 있을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을 십 년동안 맡아주는 가게다. 주인의 변심으로 십 년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는 물건을 얻으러 트루가 종종 찾아가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기도 하다.
트루와 손님의 사연도 재미 있었지만, 늦게 등장한 마법사들의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게 재미있을 것 같다. 말 없는 텐 대신 말 많은 사역마 카멜레온 팔레트. 십 년 가게와 귀여운 고양이 집사 카라시의 조합이 궁금해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일 날이 기대된다.
트루를 보다보니 분리수거와 신박한 정리가 떠올랐다. 쓰레기를 모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점. 내게는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나누는 점이 트루의 마법과 닮은 것 같았다. 환경문제를 생각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지만 필요없는 물건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해도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