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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5 - 우리들의, 상그리아
아나이 지음, 주은주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앤디는 달라졌다. 피하려고만 했던 감정의 문제를 조금씩이나마 마주볼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가장 기피하던 인간관계인 사랑을 하고 임신을 하고 결혼도 한다. 이웃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효율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주려 노력했고, 자신의 한도내에서 아낌없이 지원했다.
샤오샤오는 자오치핑과 다시 만난 후, 애정전선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할머니가 위독한 중에도 고향에 데려가지 않는 아빠에 샤오샤오 모녀가 실망했을 뿐이다. 여자문제가 끊이지 않아 엄마 속을 태웠던 아빠가 밉고, 엄마가 답답하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할머니를 원망했을 샤오샤오가 짠했다. 가정사로 정당화 할 수는 없겠지만, 심하다 싶을만큼 장난기가 심하고 지나치게 솔직해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특이하고도 모난 성격이 조금은 이해갔다. 모든 것을 알고도 샤오샤오 자체를 받아주는 자오치핑은 정말 멋있었다.
쥐얼은 결혼에 적합한 여성으로서가 아닌, 쥐얼 자체를 좋아해주는 시에빈에게 호감과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앤디를 스토킹하고, 샤오샤오를 뒷조사해 곤란하게 하는 등 이웃들과 좋지 않게 엃히는 그가 불안하다. 결국에는 오해가 풀렸지만 마지막 권의 분위기는 시에빈에게 달려있었다 해도 부족하지 않을 긴장감을 줘 추리소설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잉잉은 기어이 잉친과 결혼했다. 속 터지고 이해 안 가는 상황이 이번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넘기는 경지에 도달했는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되려 잉잉 일이 잘 풀릴 때마다 '이렇게 쉽게 넘어갈리가 없는데' 생각되는 것을 보면 책 속 등장인물일 뿐인데도 얼마나 심리적으로 달달 볶였으면 이럴까 싶기도 했다.
바이촨과 집을 계약하고, 공동명의로 올리려다 서류가 부족해 그러지 못한 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치며 화낸 날. 성메이는 밤새 생각해 바이촨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의지하고 부담만 주는 관계를 끊기로 한다. 가족과 거리두기를 하자 성메이의 통장에도 돈이 쌓이기 시작했고, 충분히 혼자서도 설 능력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잉잉이 잉친의 집으로 짐을 옮기자 성메이는 잉잉의 방으로 이사했고, 자신을 위해서 살기로 한다.
한 층에 사는 남으로 끝날 수 있는 관계를 이웃에서 친구로 변화시킨 여자들의 생활을 지켜보는 것은 참 즐거웠다. 등장인물의 성격, 가정 환경, 출신지역 등 너무도 다른 점이 많아 머리채 잡고 싸우다 갈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른 성격이 이들을 끈끈하게 묶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환락송 아파트 22층 다섯 여자의 이야기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처음 이 책을 펼친, 앤디와 샤오샤오가 22층에 입주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라, 문화, 상황 모든 것이 달랐지만, 책을 읽을 때만큼은 나도 22층 주민이 되어 웃고 울고 화냈었더랬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마지막 장의 <끝>이라는 글자가 실감나지 않는다. 분명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있을거란 아쉬움에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