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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TAROT 공식 한국판 - 타로카드 78장 & 한글 가이드북
줄리아 스마일리 지음, 메건 린 코트 그림, 송민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타로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술이다. 많은 연습과 암기가 필요하지만, 들인 시간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타로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카드에 대한 애정도 다. 카드에 애정이 있어야 카드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카드를 봐야 그림을 분석하며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캣 타로는 타로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귀여운 고양이들을 잔뜩 카드 안에 담아 지나치기 어렵게 만들었다. 없던 타로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샘솟는다. 타로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카드를 전부 펼쳐놓고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다. 나만 고양이 없다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80마리가 넘는 고양이를 가져다준다.
외국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타로의 특성상 카드에 포함된 설명서 또한 영어인 경우가 많다. 예전, 신비로운 느낌에 홀려 아무것도 모른 채 타로를 샀었다. 한글로 된 설명서를 함께 준다는 말에 안심하고 구입했지만, A4용지 2장 앞뒤에 빼곡히 적힌 한글 단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타로 안에 들어있는 영어 설명서 그대로 번역된 그 단어들은 카드에 가지고 있던 호감마저 빼앗아갔다. 그런 전적이 있었기에 솔직히 한글 가이드북에 대한 기대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단순한 단어들의 나열이 아닌, 이야기가 있었다.
타로의 배경, 구성, 타로카드의 배열법 등 기본 정보를 제공한 후, 본격적으로 카드 설명에 들어간다. 메이저 카드는 한 쪽은 해석, 한 쪽은 그림으로, 마이너 카드는 수가 많아서인지 식별이 가능한 정도의 작은 크기와 해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고양이가 취하고 있는 동작, 배경의 의미 등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과 정방향과 역방향 각각의 해석도 해준다. 내용이 가장 짧은 12번 매달린 사람 카드를 예로 들어 보자면,
이 카드는 겉보기에는 파멸과 위험을 나타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재앙을 상징하지 않는다.
정방향 : 당신의 문제는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일 뿐. 전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스스로 올라간 것이니 내려올 수도 있다. 그 사이에 얻은 인내와 새로운 시각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역방향 : 거꾸로 뒤집힌 매달린 사람 카드는 곧 인내가 가치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언젠가는 신발이 떨어질 것이고, 당신 또한 그리될 것이다.
- 캣 타로 공식 가이드북 p48. 12 매달린 사람 -
이런 식의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도 쉽다. 해설이 좋고, 가이드북에 카드 그림이 나오는 것도 좋은데, 더 좋은 점은 나오는 그림이 컬러라는 거다. 카드가 없어도 가이드북만 있으면 그림을 보며 카드를 익힐 수 있다. 22장의 메이저 카드를 합쳐놓은 두께에 휴대전화 보다 작은 크기를 가져서 가지고 다니기 편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카드를 즐길 수 있다.
재치와 귀여움이 가득한, 견고한 상자 안에 가이드 북과 카드가 함께 담겨있다. 카드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고양이들이 존재감을 한껏 뽐낸다. 카드를 보면서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섬뜩한 기분을 들게 하는 매달린 사람이 나뭇가지에 꼬리를 말고 거꾸로 매달려 있는 고양이로, 은둔자는 종이봉투 안에서 엎드린 채 살금살금 밖의 눈치를 보는 고양이로, 악마는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아마도 골드 리트리버인 듯한 대형견으로 변해 매번 다음 카드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카드가 들어있지 않다면 다른 작은 물건의 보관함으로라도 사용하고 싶을 만큼 예쁜 타로 보관 상자. 뒷면의 미끄럼 방지 처리가 마치 고양이 발의 젤리 같아 자꾸만 뒷면을 만지고 싶게 만드는 작은 즐거움을 포함한, 고양이들로 색다르게 해석해 자꾸만 보고 싶은 카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세상에 없을 친절하고 완벽한 가이드북. 캣 타로는 내 인생 최고의 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