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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령 장수 1 - 한 번쯤 만나고 싶은 기이한 혼령들 ㅣ 혼령 장수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도쿄 모노노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8월
평점 :
전에는 인간과 어울려 함께 살았던 어둠의 존재들이 문명 발달로 인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간다. 그런 갈 곳 없는 존재들을 거두어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자가 '혼령 장수'다. 혼령 장수는 장사꾼이다. 다른 장사꾼은 물건과 돈을 교환하지만 그가 교환하는 것은 '소원'과 '소원을 이루어주는 존재'다. 아이의 애타는 마음은 혼령 장수를 부른다. 그는 아이의 소원을 읽고, 소원에 걸맞은 존재를 아이에게 빌려준다. 단, 주의사항이 있다. 계약 내용을 잘 지킬 것.
믿지 않던 아이들은 힘이 발휘되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즐긴다. 달리기 1등을 전학생에게 뺏긴 아이는 전학생을 이기고 싶어하고 혼령 장수는 '푸른 다리'를 빌려준다. 도서실을 너무나 좋아했던 아이는 도서실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해 슬프다. 혼령 장수는 '붓 귀신'을 빌려준다. 편식이 심해 급식 시간마다 힘들었던 아이에게는 '두 번째 입'을 빌려준다. 겁이 많은 아이는 억지로 반의 담력 시험에 참가한다. 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에게 부적을 빌려준다.
아이는 인간이고 인간은 욕심이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순수하고, 말을 잘 듣고,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제 맘대로 되어가는 상황들에 취해서 아이들은 욕심을 부린다. 계약 조건을 잊지 않았음에도 혼령을 돌려주는 기한을 어기고, 특정 장소에서만 힘을 쓰라는 조건을 어기고, 꼭 들어줘야 한다는 부가조건도 어기고 만다.
계약은 지키지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잘 살았습니다'같은 판타지, 나쁜 사람이 더 잘 되는 드라마 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없다. 탐욕의 죄는 무거웠고 생각하지 못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반대로 계약을 어기지 않은 아이는 소원을 이뤄 전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혼령 장수는 말한다. '계약만 어기지 않으면 아무 일 없을 텐데."라고. 후의 일을 미리 알았다면 아이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계약을 잘 지켰을까. 혹시 혼령 장수가 일부러 욕심을 부릴 만한 아이들만 골라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다양한 혼령 보는 재미와 함께 책은 전한다. 자기 것이 아닌 힘에 욕심부리지 말고 계약은 반드시 지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