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자어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한자어 속뜻 사전 잘난 척 인문학
이재운 외 엮음 / 노마드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전이란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책이기에 딱딱하고 지루해 재미없을 줄 알았다. 책의 특성은 뒤로 한 채 소설을 읽을 때처럼 ㄱ, ㄴ, ㄷ 순서대로 나열한 단어를 처음부터 그저 읽어나갔다. 읽기 전, 약간은 마음이 술렁였다. 외국어 공부하듯 단어의 뜻을 외워야 할 것 같기도 한자를 외워야 할 것 같기도 해 어쩌지 못하는 심정으로 힘겹게 시작했다. 


단어를 구성하고 있는 한자의 한 자 한 자를 풀어 설명하고, 합쳐진 뜻을 설명한다. 만들어진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처음 사용하던 단어의 뜻과 달라졌다면, 달라진 뜻과 예시 문장으로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사전의 형식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않으면서 뜻을 설명해주는데, 단순하지 않고 이야기 식의 풀이도 많아 단어와 관련된 아주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게한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봐도 좋고, 평소에 궁금했던 단어를 위주로 찾아봐도 좋고, 주제별로 따로 묶어 놓은 단어들도 있으니 그것을 봐도 좋다. 맨 뒷부분에 한자는 어떻게 지금의 글자가 되었는지 변화한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한다. 솔직히 설명이 없으면 어떤 그림인지 알아보기 어렵지만, 설명이 있으니 원본을 상상하며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지루한 소설책보다 재미있는 사전이라니. 


내가 항상 쓰는 단어들의 정확한 뜻과 유래에 대한 내용이라 무척 유용하다. 있을 것 같은 한자를 쓸 때마다 쓰임새와 뜻을 확인해보려 자꾸 들추게 된다. 특히, 재미있는 건 사극에서나 쓰일 법한 한자어인데, 이 경우에는 쓸모보다 즐거움이 컸다. 얼마 전, 사극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녹봉을 대신 받아주는 단골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책은 녹봉에 대해 설명하며 조선시대 벼슬품계별 녹봉표를 공개, 지급 품목 및 날짜, 대리수령인 단골리까지 언급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풍성함에 놀랐다. 


난 평소 우리말을 잘 사용하고 있었다는 착각을 하며 살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일상 속 남아있는 일본어와 충분히 대체 할 수 있는 뜻의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해당하는 한국어를 쓰려 나름 노력했기에 조금의 자신은 있었다. 내가 쓰고 있는 단어 대부분이 한자어라는 사실은 생각치도 못했다. 이 서평에, 이제까지 썼던 서평에, 그동안 이것저것 적어놓은 공책에 얼마나 많은 한자어가 들어가 있을지 세어 볼 염두조차 나지 않는다. 어차피 이렇게 깊숙이 박혀 있어 빼내지 못하고 이제와 다른 단어를 쓰기 것 마저 어렵다면 뜻이라도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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