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재밌밤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현아 옮김, 류충민 감수 / 더숲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물은 신비한 존재다.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인간의 눈에 실시간으로 확인되지 않을 뿐. 인간보다 훨씬 영리하고 매력적인 방법으로 후대를 남기기 위해 고민한다. 그 중 한 예로 꽃을 들 수 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은 인간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식물이 원하는 건 꽃을 보며 황홀하고 기분좋을 인간이 아니다. 씨앗을 널리 퍼트려줄, 자신이 선택한 특정 곤충이다. 자신의 자손을 가장 잘 퍼트려줄 수 있는 그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식물은 그들이 좋아하는 색깔의 꽃을 피우고, 그들만이 취할 수 있도록 꿀을 숨긴다. 


지역마다 자라는 식물의 종류가 다르다. 나뭇잎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지역의 기후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로 잎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씨앗의 발아시기도 차이가 있다. 빨리 발아하기도 오랜 시간 기다려 발아하기도 한다. 이 또한 최적의 상태에서 발아하기 위함이다. 인간이 살아남으려 많은 공부를 해야하는 것처럼 식물들도 살아남으려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조용하지만 힘차게. 


식물은 신기하다. 책을 볼 수록 신기함은 커져갔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생존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며 산다. 인간의 몇 배, 몇 십배의 생을 살아간다. 죽은 것과 산 것이 같이 살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그 사실을 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식물은 식물의 생을 나는 나의 생을 살면 되는 거니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싶었다. 


풀, 꽃, 열매, 뿌리, 나무 모두 식물인데 왜 나는 식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무만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길거리 나무가 어딘가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을 숲이 지금 당장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하지만 나는 채소, 과일, 뿌리, 껍질, 잎, 꽃을 먹는다. 그들도 식물이다. 나는 식물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식물의 생과 나의 생이 구분지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꽤나 많은 비중으로 식물의 도움을 받고 살고 있었다. 신비롭고 강하며 똑똑한 그들에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