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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고양이는 귀엽다. 고양이가 나오는 책, 애니메이션, 드라마는 일부러 챙겨본다. 최근 애니메이션을 하나 봤다. 우연히 만난 길 고양이를 집으로 들여온 인간과 고양이의 동거이야기다. 고양이 뿐 아니라 동물을 처음 키우게 된 인간은 어설프지만 점차 한 생명과 함께하는 어려움과 행복함을 느끼며 자신도 성장한다. 이 애니메이션의 특이한 점은 1화 분량을 반으로 나누어 인간과 고양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인데, 의아한 고양이 행동의 의미를 후반에 알 수 있어 신선했다. 물론, 정말 고양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작가는 19년 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새끼 고양이를 잠시 맡아두다 키우게 되었다. 이 고양이는 괘씸하다. 활동량이 부족한 집사의 운동을 막는다. 노래도 못하게 한다. 밥도 조금씩 밖에 먹지 않고 심하게 편식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도 대지 않는다.만족스럽게 먹어치운 밥은 시중의 것보다 4~5배는 비싼 외국의 유기농사료다. 식비가 만만치 않다는 거다. 잠은 또 어떤가. 새벽부터 일정 시간 간격으로 집사를 깨워 잠을 자지 못하게 한다. 집사의 사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제멋대로에 어리광쟁이다. 오죽하면 작가가 여왕님과 시녀라고 할까.
고양이는 생물이다. 인간과 말이 통하지 않을 뿐, 자신의 생각이 있고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생명체다. 그렇기에 고양이가 내 맘 같을 수는 없다. 내 편의에 맞춰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 하고 존중해야 오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작가는 19년간 고양이와 함께 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고 지금도 힘들지만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고양이는 역시 귀엽다. 토라진 모습도 귀여울거다. 하지만 잠깐 비춰진, 누군가의 고양이가 귀엽다고 섣부르게 키울까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고양이를 키우는데는 희생이 필요하다. 새벽같이 깨워 잠을 못자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어지간한 사료를 먹지 않아 몇 배나 비싼 사료만 먹어 나는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 수도 있다. 정기적인 병원검진과 치료 등으로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고양이 화장실 청소에 빗질에 마사지까지 나는 누려보지 못한 것들을 고양이에게 해주면서도 불만에 가득찬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하기도 한다. 잠깐의 외출을 제외하고는 여행같은건 평생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고양이도 개체마다 성격이 달라 싼 사료만 입에 맞고, 집사의 외출만을 기다리고, 고양이의 본능에 충실해 잠도 길게 자고, 집사의 기분을 잘 헤아리는 녀석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만난, 나와 함께할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는 살아봐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양이와 작가의 이야기는 웃기고, 재미있고, 찡할 때도 있었지만 당사자라면 이런 기분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으로 아주 잠깐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고 가졌던 가볍고 어리석었던 마음을 바로 접었다. 그리고 경고하고 싶다.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은 사랑하는 마음과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려는 마음과 고양이의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 없이는 절대로 키우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