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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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이상의 관계에서는 늘 '갑'과 '을'이 존재한다. 친구사이도 그렇다. 다만, 갑이 갑질을 하지 않고 을도 얌전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기에 대등한 것 뿐이다. 친구사이도 이런데 직장 상사와 부하사이는 말할 것도 없다.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한다. 나의 의지따위는 상사 앞에서 키우는 개의 밥투정보다 못한 것이다. 잠자는 시간없이 애쓴 성과는 당연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사 몫이고, 실패는 나의 선택과 능력부족 때문이다. 착한 우리의 주인공들은 상사의 핍박을 눈물로 견디며 마음에 아픔을 쌓아놓을지 모르겠지만, 한자와 나오키는 다르다. 저 부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는 은행의 융자과장이다. 그의 일은 기업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일이다. 100억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지점장은 무리하게 5억짜리 융자건을 진행시킨다. 자금을 빌려줘도 되는 회사인지 제대로 확인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이 건은 몇 달 후, 융통해 준 회사가 도산해 은행에 큰 손해를 가져온다.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던 지점장은 실패의 이유를 한자와에게 돌리고, 철저한 조사를 주장했던 그는 상사와 본사의 표적이 되어 위기에 처한다. 그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5억의 손실을 메꾸는 것이다. 5억을 융자받은 서부오사카 철강회사의 도산으로 함께 망한 다케시타금속 사장과 함께 한자와는 철강회사 사장 히가시다를 수소문하며 숨겨진 그의 재산찾기에 열중한다. 어떻게든 5억을 회수하기 위해서.


은행원이 등장하는 소설이라 평소 들어보지 못한 전문용어가 나온다. 그런데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포기하자는 마음이 들기보단 모르는 말이 잔뜩 있는데도 그럭저럭 이해가 되어 술술 다음으로 넘기게 된다. 처음에는 형사나 탐정 혹은 그 비스무리한 직업이면 모를까 기껏해야 은행원에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미스터리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었다. 아니, 솔직히 미스터리는 맞나 싶었다. 그래서 손이 가지 않았다. 막상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한자와가 히가시다와 숨겨진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한자와가 힘든 싸움을 할 때, 본사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동기, 함께 조사하며 윗선에는 비밀로 해준 부하들은 이 책의 멋진 부분 중 하나였다. 지점장, 부지점장, 국세청 직원, 본사직원, 히가시다 사장 등만 나왔으면 힘들었을텐데 저들이 나와 숨통을 트여주어 끝까지 볼 수 있었다. 1권이라 뒷 마무리가 애매할 수 도 있을 같은 예상을 깨고 사건은 깔끔하게 정리된다. 2권은 한자와의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일본에서는 소설이 나오고 드라마로 방영되었는데,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책을 보니 시청률이 높은 것도 이해가 간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어떤 식으로 소설의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무척 궁굼해 보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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