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트립 제주 - 지금, 가장 핫한 제주 여행 코스 31
송세진 지음 / 북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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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의 하늘이 너무 뿌옇다. 몇 년전,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람이 올린 사진 속과 닮아있다. 그때 난 저런 곳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의 형태도 보이지 않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불안해서 나갈 수도 없는 미세먼지 가득한 곳 말이다. 그래서일까 외국여행가는 방송을 볼 때, 맛있는 음식보다 그 나라밖에 없는 건축물이나 상징보다 파란 하늘에 더 눈이 가는 것은. 그러나 외국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여행가는 곳의 언어는 물론 영어 실력도 썩 좋지 않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 이대로 파란 하늘은 예전 방송에서나 봐야 하는 걸까 싶었다. 


매일 전국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던 내 눈에 유독 돋보이는 장소가 있었다. 붉게 물든 미세먼지 지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 땅이다. 전날에는 다른 지역과 같이 심각한 상태였는데, 하루 만에 청정한 녹색을 띠며 '좋음' 상태로 바꼈다. 바로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는 제주도다.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에 바람이 불지 않아 정체되어 있는 미세먼지가 바람 많은 제주에서는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버린거다. 청정제주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했지만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다. 외국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서 파란 하늘도 볼 수 있는 우리 땅 제주. 


제주가 좋아 4년전 제주도민이 된 작가의 보석같은 숨겨진 곳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디를 가야할지 잘 몰라서 남들이 간다는 유명한 관광지만 패키지로 갔다왔는데, 이렇게 다양한 곳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시원한 풍경사진과 함께 적혀있는 정보가 알차다. 장소 주소와 전화번호는 당연하고 관람시간, 입장료, 주차비, 주차 가능 대수, 섬으로 들어가는 배 시간표, 숙소 1인당 추가요금,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 사진 찍으면 좋은 장소, 식당의 대표음식과 가격까지 소개한다. 


혼자, 여자 둘, 아이동반, 부모님 동반으로 나눈 2박 3일 여행을 제안한다. 일정별로 걸리는 예상 시간, 동선, 목적지간 이동 시간, 주차요금, 소개한 식당의 식비, 체험비를 야무지게 계산해 1일 비용산정까지 해놨다. 물론, 개인적인 추천일 뿐 마음가는 대로 나온 곳을 콕콕집어 둘러봐도 좋다. 다만, 가고싶은 곳들의 동선을 다시 짜고, 비용을 계산하는 등 모든 것을 새로 설계하려면 복잡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계획짜고 고민하는 것마저도 여행의 일부고 즐거움이니 책을 읽는건지 여행을 하고있는 건지 햇갈릴만큼 재미있다. 


국내인 제주라도 주민이 아닌 여행자이기에 낯설 수밖에 없다. 막막함에 제주를 꺼렸었다. 솔직히 책을 보면서 조금 난감했다. 여행지 간 거리가 자동차 시간으로 표기되어 있었기때문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지만, 운전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계획해 제주를 맘껏 즐기겠노라 마음먹었는데 눈으로만 봐야하나 싶었다. 아쉬운 마음에 책을 덮으려고 하던 찰나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이 나왔다. 제주 곳곳을 누비는 165개의 노선을 자랑하는 버스와 시티투어 버스다. 공항에서 타고 시내로 들어와 22개의 정류장 중 원하는 곳에서 내리고, 마음껏 즐기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다시 타는 식으로 운영되는 제주시티 투어버스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제주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지역별로 버스 노선을 다운받을 수 있어 계획짜기에 유용할 것 같았다. 이런 정보들이 책의 맨 뒤가 아니라 맨 앞에 있었더라면 좀 더 편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을텐데 그 부분이 약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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