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1 - 치명적인 남자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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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이야기를 하는 방송에서 '한국은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했을 때, '그깟 명분이 뭐냐며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은 아닌가보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확실히 느꼈다. 난 한국인이라는 것을. 2권은 아직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1권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다. 나는 약간의 감정싸움을 동반한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했었다. 철벽녀와 치명남이 만들어 갈 사랑이야기에 부풀었었다. 얼마나 철벽일지 궁금했고, 치명남이 철벽녀에게 어떻게 빠질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이게 왠 걸? 내 예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랑하는 남자친구 노아와 떨어져 있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치명적으로 섹시한 룸메이트의 친구 하딘에게 홀딱 넘어갔다. 심지어 노아에게 그 사실을 들키고 미안하다며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서도 스스로 핑계를 만들며 어울렸다. 분명 철벽녀라고 봤는데 그 철벽은 내게 보이지도 않았다. 플라토닉 사랑으로 만족하던 여자가 에로스에 눈을 뜨고는 더이상 플라토닉에 만족하지 못해 남자친구를 배신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말한 명분이란 여주인공 테사의 마음이 변할 수 밖에 없는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남자친구가 몰래 바람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던지,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던지, 소유욕이 강해 자신과 함께가 아니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구속했다던지 하는 그런 이유 말이다. 노아는 성실함 그 자체였다. 테사의 바람을 알고도 용서해주려 노력했다. 그 일로 테사를 괴롭히며 추궁하지도 않았다. 그저 용서하고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랬을 뿐이다. 그런데도 테사는 하딘과의 만남을 지속했다. 적어도 자신의 마음이 하딘에게 끌린다고 느꼈을 때, 노아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일찍 헤어졌어야 했다. 테사는 자신이 하딘과의 관계와 감정에서 기대하고 상처받기 두려워 노아의 다정함에 기대며 그를 기만하고 상처줬다. 그 점이 너무 크게 다가와 둘의 이야기가 확 와닿지 않았다. 


이미 내 안에서 테사의 이미지가 나쁘게 박혀서일까. 테사는 하딘에게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고 항상 강조했지만, 나는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나쁜 놈이라고 테사가 욕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딘은 여자와 놀기는 하지만 사귀지는 않는단다. 룸메이트도 그 사실을 알려줬고, 몰랐던 부분도 아니면서 달콤한 말과 스킨쉽을 했다고 자신만은 하딘에게 남들과는 다른 여자라고 생각하며 몇 번이나 싸웠다 넘어가는지. 계속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 그 또한 불편했다. 


이런저런 불편함을 꾹꾹 참으며 1권을 봤다. 끝부분에 가서야 테사는 노아와 헤어졌다. 내가 불편했던 '바람피는 여자', '배신하는 여자'라는 부분은 일단 벗어난 셈이다. 둘다 혼자이니 이제는 좀 편하게 둘 사이의 감정선만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권은 내가 처음에 기대했던 로맨스 소설처럼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소설 나만 불편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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