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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평점 :
햇볕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더위에 읽는 것만으로 한순간 등 뒤가 서늘해지는 문구가 표지에 적혀있다.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무서운 문구도 문구지만 단박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살해당하는 걸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고, 앞 부분의 '사시겠어요?'도 어떤 의미인지 빨리 떠오르지 않았다. 평온한 제목도 이상함을 넘어 수상하기까지 했다. 이해 못할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크게 두 가지 사건이 나온다. 하나는 28살 엄마와 아이가 죽은 사건이다. 전기, 수도가 끊긴 집에서 모녀는 아사한다. 저널리스트인 다지마는 모녀 둘 다 이 들의 일을 물어 볼 어떤 인맥도 없는 것으로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주제 고독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사건을 취재한다. 또 다른 사건은 방문판매 사기 사건이다. 옆집 사는 자매가 갑자기 도움을 요청한다. 남자 두 명이 무작정 밀고 들어와 수질 검사를 한 후, '정수기를 사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는데, 동생이 옆집 사는 아빠에게 물어본다는 기지를 발휘해 겨우 나왔다고. 어쩌다 말려든 방문판매 사기에 언니가 알고 있다는 경찰까지 합세하며 점점 커지게 된다.
이리도 어울리는 제목이라니. 한낮의 방문객은 신종 방문판매 사기다. '나야, 나'라는 보이스피싱 사기나, 금강원 혹은 검찰에서 개인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는 사기라면 드라마와 방송을 통해 많이 봤지만, 방문판매 사기는 처음 봤다. 엄밀히 말하면 사기가 아니다. 한낮에 찾아와 물품을 구입하라는 권유로 시작해 살해로 끝나기도 하는 잔인한 범죄 수법이다.
대낮에 타인의 집에 당당히 들어와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 허점을 찌르듯 이 한낮의 방문객은 느닷없이 집 같은 일상생활에 밀고 들어온다. 무료로 시력검사를 해주기도, 무료를 이불을 세탁해주기도, 무료로 수질검사를 해주기도 한다. 당장 사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잔뜩 겁을 주고, 물건을 구매하기 전까지 가두고 놓아주지 않는다. 물건의 종류에 따라 일주일의 유예기간을 주기도 한다. 그 후, 이런 일이 발생한다. "사시겠어요? 아니면 살해당하시겠어요?"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처음부터 무료로 해준다는 건 관심도 가지지 말고, 선한 미소로 문을 두드린다면 절대 열어주지 않는 것 외에는. 혹은 정말로 구입을 하던가. 구입을 하더라도 글쎄... 살해당하지 않을 보장은 없다. 방문객 마음이니까.
한낮의 방문객이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건, 이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내 일상의 안전이 100% 보장되지 않고, 웃는 얼굴로 태연히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