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바빠보이는 개에 비해 고양이는 늘 느긋해보인다. 보통의 걸음걸이조차 경보로 느껴지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뛰는 모양새마저 느린 왈츠를 추는 듯 우아하다. 내게 고양이란 '눈이 마주치면 도망가는, 만져보고 싶은 귀여운 생물'이었다. 자유롭고 도도한 생명체를 안는 것은 상상되지 않았다. 작고 연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너무 세게 안아 다치게 할 것 같은 생각에 안기가 두렵다. 고양이는 안는 것이라는 제목에 끌린 건 아마 이런 내 마음 탓이 아니었을까. 


책 표지에 보이는 고양이들과 비슷한 수의 사람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 듯 하면서 이어진다.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살아온 고양이를 시작으로 자신을 아끼던 인간을 잃은 슬픔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 호감있는 이성의 이름을 고양이에게 붙이고 동일시하는 사람, 그림을 완성시키지 못하는 사람, 호의가 사라지지 않을 죄책감으로 변한 사람, 지인을 추억하며 그곳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 아이의 늦된 시작을 함께 하게 된 어린 고양이가 등장한다.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과 행복이 담겨있는 이야기 속에.


제목만 보면 애묘가와 고양이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듯하다. 표지만 봐도 그렇다. 아름다운 벚꽃이 만개한 다리 위에 고양이들은 행복해보인다. 보긴 전부터 표지와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고양이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첫 장을 넘기면 예상을 뒤엎는 반전에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 그곳에는 집사와 고양이의 행복한 한 때가 있었지만, 잊혀지지 않을 아픈 기억도 있었다. 고양이와 집사 이야기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음을. 시간으로 슬픔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새로운 만남이 조금이나마 슬픔을 옅게 해줄 수도 있음을. 결국 사람의 생과 묘생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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