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400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을 읽어서 그런지 집중이 안 되어 유독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내용자체는 흥미진진하다.<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작가인 매트 헤이그의 4년만의 신작으로 사실 난 그 유명하다는 미드나잇 을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궁금해져서 읽어야겠다.이 소설은 아들과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었다.) 삶의 의미를 잃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72세 은퇴한 수학 교사인 그레이스. 옛 친구인 (크리스티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이비사섬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예상하지 못한 신비로운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레이스는 처음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내용을 듣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한테 유산을 받아도 되나? 왜 하필 나였을까?'라며 의문을 품게 되었다. 마침내 옛 직장 동료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크리스티나는 바다에 갔다가 물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살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남편을 의심하게 되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비사섬이 가상의 섬인줄 알았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스페인에 있는 이비사섬'을 애정하여 20년이 넘게 가는 곳이라고 한다. 이비사 섬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소설의 배경으로 쓰게 된 것 같다. 약간 추리소설 같으면서도 판타지 소설 같기도 하고 SF 같기도 하고 (주인공이 수학 교사라 그런지 수학적인 내용과 과학내용이 나온다)그랬다. 크리스티나 남편인 알베르토와 딸의 대화 내용이나 관계도 흥미진진했다. 크리스티나는 또 이렇게 말했다. "말이 안 되는 거 알아요. 난 스페인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이니까요. 그리스에도 섬은 많거든요. 차라리 그쪽으로 가는 게 낫죠. 그나마 그리스어는 할 줄 아니까요. 유창하지는 않아도. 반면 스페인어는 전혀 몰라요. 외국에 살 거라면 그 나라의 언어를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p23)귀국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왕복 티켓을 끊어 이비사로 간 다음, 터무니없는 이유로 내게 남겨진 집을 둘러보고, 그 집이 너무 싫어져서 차라리 추억이 가득한 링컨의 빈집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낫겠다 싶을 때까지 거기 머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가 꼭 방문해야 하는 유일한 곳에 다녀와야 했다. 바로 묘지였다. (p29)오렌지주스를 마시고 빵과 치즈, 토마토를 먹었다. 모든 음식이 싱싱하고 신선했으나 난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다. 내 감각은 평소보다 더 무뎌졌다. (p140)오렌지주스는 그저 과일주스 중에서도 물처럼 심심한 맛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냥 일상적인 음료라고. (p197)크리스티나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찾아간 이비사섬에서 크리스티나 유족들과 함께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소설.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미드나잇라이브러리> 책을 좋아했던 독자들이 한번쯤 읽으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