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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 먼 훗날 장애 아이가 혼자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꿈꾸며
박현경 지음 / 설렘(SEOLREM) / 2024년 6월
평점 :
백일백장 16기를 하면서 매번 동기들의 글에 댓글을 정성스럽게 달아주는 한 작가님이 있었다. 블로그명으로 ‘햇살’ 작가. 작가님이 정성스럽게 우리의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그 노력과 정성에 감동을 받아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지만 친근했고 정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 작가님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하였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나에게 서평을 부탁하고 싶으셨는데 내가 너무 바쁜 것 같아 망설여졌다는 말씀도 하셨다. 결국엔 나는 ‘책과 강연’ 서평단 모집 공고를 통해 이렇게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받은지는 2개월 정도 되었다. 다른 서평단 책 읽고 시험관 시술하고 유산했다는 핑계로 자꾸 미뤄지기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작가님에게 미안해서 드디어 날 잡고 책을 읽었고 몇 시간만에 후루룩 읽어내려갔다.
작가님은 아들 셋을 키우는 엄마이자 음악치료사이다.
첫째 아들이 예방접종을 맞고 온 다음날부터 갑자기 몸이 움직이질 않고 호흡곤란이 오며 의식이 없었다. 응급실로 달려가 며칠간 입원을 하였고,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지만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고 한 순간에 장애인이 되었다. 아들을 보살피기 위해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아이 케어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30년을 열심히 보살펴 아이는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아이 같은 행동을 한다. TV 선을 끊어버리고 액정을 깨뜨리고 리모컨을 고장내서 매번 TV 수리를 하는 게 일이다. 아직 소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힘조절이 되지 않고 의도적이지 않지만 그렇게 집안의 잡동사니를 모두 고장 내거나 부수는 철없는 아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치약 뚜껑을 부러뜨리고, 치약을 길게 짜서 세면대에 묻히고 화장지를 늘 변기통에 버려 변기를 막히게 하는 사고뭉치 아들이다. 이 모든 게 뇌병변 장애로 인해 힘조절이 되지 않아 하는 행동.
20대 둘째아들과, 띠동갑으로 고등학생인 막내 아들이 장애가 있는 형을 전혀 창피해하지 않고 엄마를 도와 형의 케어를 도와준 덕분에 작가님은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아들을 이해하고자 ‘음악치료사’로 20년간 일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장애가 있는 내담자들이나 학생들이 오면 이해를 하게 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큰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의료사고로 아들이 장애가 되어서 변호사를 찾아가 소송을 준비했지만 이 마저도 ‘공소시효 기한’이 만료되어 결국엔 아무것도 못했다는 내용에 슬퍼졌다.
본문 중에서
순간순간 피해의식이 송곳처럼 올라오면 아이가 밉기도 했다. 처량한 현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갯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도 뇌병변이라는 멍에는 아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아이의 잘못도 아니었으니, 모두 내 잘못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날이 더 많았다. 아이에 대한 불안으로 구김 없이 웃기가 힘들었고, 24시간 내 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이가 버거웠다. (p22)
장애가 저주라고 생각했다. 신에게 매달리면 저주에서 벗어나리라 기대했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발버둥 치던 시간이 아득한 옛 일이 되고 나니 깨닫는다. 장애는 저주가 아니고 해석을 달리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p26)
건강은 누구도 자신할 수 없으며, 장애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의 장애인이 당장 내일 비장애인이 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비장애인이 사고나 질병으로 몇 시간 후에 후천적 장애인이 될 수는 있다. (p30)
장애가 있지만 아이는 내 인생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로 인해 음악치료사의 꿈을 이루었고, 유익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아이뿐 아니라 내가 만나는 아이들 모두 장애가 있어도 사랑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존경받을 수 있기를 꿈꾼다. (p65)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려면 장애 자녀를 둔 엄마는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남들이 어떻게 보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글자나 숫자를 알려주는 것보다 중요하다. 장애는 고쳐지는 병이 아니고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특성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p151)
작가님은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과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그리고 그들을 위한 복지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장애 아동 뿐만 아니라 성인, 그리고 장애아동을 키우는 학부모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아들은 장애가 있지만 아들이 축복이라는 말을 하는 작가님을 보니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님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특수학교 교육자들(강사, 센터직원들)
주변에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를 알고 있는 지인들 및 친척들
이 책을 읽고 편견과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