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말 지식 - 29년 교열전문기자의 지적인 생활을 위한 우리말 바로잡기
노경아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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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시 행사가 취소됩니다.* 라는 안내사항을 보고
'우천시가 대체 어느 지역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학부모 사연에 어이가 없어 헛 웃음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말에 '왜 심심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문해력이 낮은 아이들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문해력'이 부족한 어른들을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아무리 좋은 대학교를 나왔어도 대기업에서 일을 하더라도 공문을 이해 못하고 긴 글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책을 많이 읽지 않거나 한국어 어휘력이나 독해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책 출간을 계획중인 나 같은 작가들은 맞춤법과 문해력이 중요한데요. 같은 글을 쓰더라도 어휘를 어떻게 다양하게 쓰느냐에 따라 글의 느낌이나 수준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맞춤법이나 문해력에 대한 책도 틈틈이 읽으려고 노력중인데, 마침 서평단으로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맞춤법 뿐만 아니라 이쁜 순 우리말과 한자어, 외래어, 일본어에서 파생된 잘못된 언어 습관등을 알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작가소개

현 한국일보 교열팀장. 1995년 경향신문에서 교열기자로 언론 생활을 시작해 29년째 기사 속 오류와 전쟁중이다. 경제전문지 이투데이에서 우리말 칼럼 200여 편을 썼다. 지금은 한국일보에서 우리말 칼럼 '달곰한 우리말'을 연재하고 있다.

신문사 교열 팀장님이 쓰신 책이라 무엇보다도 신뢰가 가고, 의외로 안 어렵고 안 지루하게 글을 써내려가고 계셔서 읽기가 편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음식점 주인은 '닭 계'를 생각해 '닭계장'이라고 썼을 거예요. 닭고기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음식은 '닭'과 '개장'이 결합한 닭개장이 바른 이름입니다. 닭 대신 쇠고기를 푹 삶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각종 채소와 함께 얼큰하게 끓인 국 역시 '육계장'이 아니라 육개장 입니다. (p25)

귓바퀴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도톰한 살이 바로 귓불입니다. 귓볼과 귓방울은 없는 말이에요. 귓구멍 안에 낀 때는 귀지입니다. 그 귀지를 파내는 도구는 귀이개이고요. 귀지를 귓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많은데요. (p46)

환골탈태는 사람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 전혀 딴사람처럼 된다는 뜻도 있어요.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선 '환골탈퇴'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작가, 기자 중에도 '환골탈퇴'를 쓰는 이가 꽤 있어요. '방방곳곳(방방곡곡의 오류)' '홀홀단신(혈혈단신의 오류)' '야밤도주(야반도주의 오류)' '사면초과(사면초가의 오류)' '공항장애(공황장애의 오류)등 잘못된 한자어가 춤을 춥니다. 문해력을 높이려면 한자 교육도 필요하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p62)

맞히다- 적중하다, 명중하다는 뜻. 과녁을 맞히다, 정답을 맞히다. 수수께끼를 맞히다. 예방주사를 맞히다, 바람을 맞히다
맞추다-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인다는 뜻. 퍼즐을 맞추다, 입을 맞추다, 양복이나 구두를 맞추다, 시험 답안지에 쓴 것이 정답인지 친구와 맞춰보다. (p79~80)


한자어를 알아야 하는 이유!

유명세를 치르다. (타다, 얻다와는 어울리지 않음)
구설은 남을 헐 뜯는 말, 구설수는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 (구설에 오르다, 구설수가 있다)
역임은 2개 이상 여러 직위를 두루 겨쳐 지냄.
접수는 남이 하고, 신청은 내가 하는 것. (그는 대학입시 원서를 제출했다)
자문은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기 위해 전문가 등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 (자문하다. 의견을 구하다로 써야 함)
조우는 우연히 만나는 것이므로 약속한 후 만나는 것이 아니다.
묘령은 스무살 안팎의 여자 나이 (묘령의 할머니, 묘령의 아저씨는 잘못된 말)

'좇다'는 목표, 이상, 행복 등을 추구하거나, 남의 말이나 뜻을 따를 때 쓴다. 희망을 좇고 명예를 좇고 의견을 좇아요
'쫓다'는 발걸음을 떼어서 공간을 이동할 때 쓴다.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음주운전 차량을 끝까지 쫓아가 잡았다 처럼 활용함. (p97)

발자국 소리는 애초부터 없는 표현입니다. 걸을 때 나는 소리는 발소리 혹은 발걸음 소리예요. (p152)

간신배, 폭렵배, 시정잡배 등 소인은 모두 우르르 몰려다녀요. 그래서 소인배라고 합니다. -배가 '무리를 이룬 사람들'을 뜻하거든요.
최근 들어 '대인배'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소인배의 반대말은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대인입니다. '배'는 대인에게 어울리는 글자가 아닙니다. (p170)

희귀병의 희는 '드물다' 귀는 '귀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희귀병은 보기 드물게 귀한 병이에요. 원인도 모르고 설사 안다고 해도 치료제가 없어 낫기 힘든 질병은 '희소병'혹은 '희소질환'이 적확한 표현입니다. '희귀병에 걸렸다'라고 말하는 건 또 다른 아픔을 줄 수도 있습니다. (p204)

일상생활에서 헷갈려서 잘못 쓰는 표현들을 정확하게 배우고 넘어갈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 이 책을 읽고 나서 한자어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독과 소장의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가 헷갈리시는 분들
글을 쓰거나 책을 출간할 예비 작가님들
언론사나 방송사에서 근무하시는 직장인들
일상생활에서 맞춤법을 지켜서 쓰고 싶은 독자들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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