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
고수유 지음 / 헤세의서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작가가 한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우연히 강릉의 한 기차역 철로변에서 만난 할머니가 있다. 작가님은 서울의 유명 H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지만 전시회 두번이 경력의 전부이며, 취업을 하지 못했다. 웹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두문불출하면서 그림을 그려나갔지만 독자들 피드백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생을 마감하려고 강릉으로 갔다. 소주를 마시며 생을 마감하려고 하는데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앞에 나타났다.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잠이 쏟아져서 잠에 들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할머니는 흔적조차 없었고, 꿈을 꾼것인지 헛것을 본 것인지 아직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도 그 할머니 이야기 덕분에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로 탄생할 수 있었다.
할머니를 다시 만나기 위해 한 달에 한번씩 시골 기차역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 몰입도가 최고다.
어쩜 시간 전당포 이야기로 이렇게 재미있게 소설을 쓰셨는지...
보통 전당포 하면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곳인데, 과거의 시간을 1일~3일 정도 빌려주고 19년~30년의 수명이 단축된다. 사고로 죽거나 병에 걸려 죽는 것이다. 단, 조건은 계약서에 적은 소원만 이루어야 하고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서 유혹과 방해물이 많을 것이다. 그 장애물들을 떨치고 소원을 이루면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전당포로 돌아와야 한다.
전당포로 돌아오지 못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죽는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과거의 시간을 빌리기 위해 찾아오지만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스토리는 실제로도 이슈가 되었던 전세사기 '빌라왕'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한 젊은 직장인 여성이 치즈등갈비를 시켰고, 그것이 원래 마지막 만찬이었다. 여성의 핸드백에는 수면제가 든 약통과 면도칼이 들어있다. 약통을 들어 핸드백에 다시 넣으려고 하다가 손을 놓치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약통을 집으려고 할 때 바닥에 떨어진 홍보 명함을 발견한다. "과거의 시간을 빌려 드립니다. -타임전당포"
여자는 먹자골목 안쪽의 허름한 건물 3층에 있는 타임전당포를 찾아간다.
사연은 이랬다.
여자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전세를 계약했고 빌라왕은 보증금 수십억을 갖고 동남아로 튀었다. 피해를 본 많은 주민들이 생겨났고 여자도 자살을 하려고 했다가 전당포를 오게 되었다 .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 사는 원룸을 계약하지 않고 다른 원룸을 계약하면서 사기는 면했다. 하지만 그만큼 수명이 줄어들어 결국엔 결혼하고 낳은 아이가 대학생이 될 때 유방암으로 죽게 된다.

만약에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대신에 수명이 20년정도 단축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보았다.
나는 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삶을 후회해봤자 소용없고, 현재와 미래를 충실하게 살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수명이 단축되는데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진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