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훈훈해지는 동화책 <특등이 피었습니다>

특등이 피었습니다 - 제45회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집 ㅣ 샘터어린이문고 74
강난희.제스 혜영.오서하 지음, 전미영 그림 / 샘터사 / 2023년 8월

전국에서 저 멀리 해외에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샘터 문예 공모전에 동화를 보내주었고, 샘터동화상을 받은 수상작들 3편을 책으로 출간하였다. 등에 혹이 나있는 장애를 가진 할아버지에 대한 손자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특등이 피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북한으로 간 소녀가 '리광명'이라는 소년을 만나 편견 없이 북한의 아이를 대하는 <리광명을 만나다>, 로봇 손주를 만난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연두색 마음>으로 구성되어있다.
세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다 나에겐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특등이 피었습니다>에서는 할아버지에 대한 손자의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있어서 나도 할아버지가 그리워지는 이야기였다. 결혼하고 외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뵌적이 없는데 나이가 더 드시기 전에 한번 찾아뵙고 싶어졌다. 등에 혹이 나서 이웃 주민들이 '툭등네'(툭 튀어나온 등을 가진 할아버지의 집)라며 할아버지를 무시했는데, '특등'이라는 표현으로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감동적이었다. '감'을 따시다가 찬바람에 맞아 할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고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무리가 되어서 슬퍼졌다. '꽃이 피었습니다'를 '특등이 피었습니다'라는 따뜻한 제목으로 연결하여 할아버지와 손주의 훈훈한 사랑과 정이 느껴졌다.

<리광명을 만나다> 에서는 몽골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가 아빠를 따라 중국으로 가게 되면서 '리광명'을 만나게 된다. 리광명을 만나며 시장 구경을 하고 동굴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북한 소년과 남한의 소녀가 만나 노는 장면들을 보면서 '북한과 남한이 전쟁을 하지 않고 통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탈북민(새터민)'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데 동화를 통해 '민족을 떠나 순수한 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연두색 마음>은 손주도 없이 외로운 하루를 보내는 할머니에게 '연두'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을 보내게 되면서 '로봇손주'가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로봇손주로 할머니의 사랑을 차지하다가 경로당에서 한 할아버지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로봇은 다시 공장으로 되돌아가야한다는 불안감에 혼자 상자에 들어가 전원모드를 OFF로 바꾼다. 하지만 할머니의 '로봇손주'에 대한 찐 사랑을 느끼고 훈훈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제목 : 특등이 피었습니다
작가 : 강난희, 제스 혜영, 오서하
출판사 : 샘터

본문 중에서

"슬프면 슬프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할 줄 아는 게 진짜 건강한 마음이지. 이제라도 이런 말을 전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준아,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 (p24)

솔직히 일 년에 한 번은 아빠를 뺏기는 기분이었다. 아빠가 북한을 가는 날이면 전화도 와이파이도 안 되서 연락할 수가 없었다. 내 숨통을 틔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 집에 없으니까 북한 가는 아빠가 미웠다. 이번에 아빠를 따라서 북한에 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p53)

할머니가 반품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나는 다시 상자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전원을 꺼야만 한다. 그것이 규칙이다. 반품한 뒤에는 입력되었던 마음과 기억이 모두 지워진다. "손자를 반품하는 할머니는 없어. 상자는 버려도 되겠구나." (p72)
"할머니의 예쁜 손자를 상자 속에 두면 안 되지." 할아버지는 껄껄 둣으며 나를 껴안아 상자에서 꺼내 주었다. (p94)

'샘터 동화상' 수상작 답게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다 예쁘고 아름다웠다. 피곤한 주말 ,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