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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날들에 안겨
염서정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3년 6월
평점 :
삶은 고난, 끝 있는 고통. 동시에 환희, 부서져 내리는 축복
문장과 장면들 출판사 서포터즈를 하면서 느낀 점이 문장과 장면들은 작지만 단단한 출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나 작가님들은 여성 작가들이지만 뭔가 강한 힘이 느껴진다.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글에서 아픔과 극복, 힘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작가님이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한국을 유랑하며 기록한 단상집이다. 공황장애로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다정한 남편과 동생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살아가는 이야기. 여행지에서 쓰는 글은 또 어떤 느낌일까. 억지로 살아내는 것이 아닌 그저 느낌대로 힘들면 또 힘든대로, 즐거우면 또 즐거운대로 살아가더라는 뭔가 의지가 결연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님은 사소한 일상에서도 (예를 들어 조카의 귀여움) 살아가려는 힘을 얻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있고 가족이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작가님을 응원하게 되고, 또 응원하고 싶다.
제목 : 다정한 날들에 안겨
작가 : 염서정
출판사 : 문장과 장면들
본문 중에서
언젠가 엄마는 내게, 자주 당신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엄마로서 아직 쓸모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던 말이 오래도록 남아서 나는 그걸 지금까지 곧이곧대로 믿어버렸다. (2022.7.8 인천공항)
'보는'일은 단지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불현듯 깨닫는다. 그보다는 영혼의 눈으로 보는 것이 어쩌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022.1.7 뉴욕)
내게 청각은 시각보다도 선명한 세상을 제공해주는 창구다.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바람을 듣고, 새소리를 듣고 몸이와 짱아가 끙끙대는 소리를 듣는 것. 그보다 보는 것이 더 대단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2022.7.26런던으로 향하는 기차 안)
조금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들, 내지는 감정의 파편들.심장이 제멋대로 뛰는 소리를 들으며 한없이 괴로워지다가 약의 힘을 빌린다. (2022.6.5 제주)
요즘은 시집을 읽는다.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단어들의 나열'은 평안을 준다. (2022.3.11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