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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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자인 나는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통도사 서운암 스님인 성파스님과 종교 전문 기자이신 김한수님이 인터뷰 형식으로 쓰신 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하며. 스님이라고 해서 수행만 잘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성파스님은 어린 시절에는 서당에서 <명심보감>을 공부하셔서 한문을 잘하시고, 한문을 잘해서 일본어와 중국어도 잘하신다. 게다가, 도자기 만들기와 천연염색, 옻칠 민화에 이어 보이차를 수입해와서 우리나라에 재배하시고, 장도 직접 담그시고 (통도사 서운암에 가면 항아리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항아리가 상징이라고.) 책을 모아서 도서관을 지으시고 심지어 요트와 드론 자격증까지 갖고 계신다. 잘하는게 너무 많으신 성파스님의 공부와 일에 대한 철학에 감탄을 하였다.  


특이한 점은, 종교 담당 기자이신 김한수 님이 2020년 미술가 김아타의 경기도 여주 작업실에서 성파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조선일보 선배 기자였던 샘터사 김성구 대표님을 만나 식사를 하던 중 성파스님 이야기가 나왔고, 법정 스님과 오랜 인연을 맺은 대표라 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 성파 스님이 해온 일에 관한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제목 :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작가 : 김한수, 성파스님

출판사 : 샘터


본문 중에서 


도자기, 천연 염색, 야생화, 옻칠 민화에서 도서 무한대 모으기까지,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일과 공부, 그것은 스님이 통도사의 종손이라는 주인 의식으로 해온 일이었다. 스님에겐 일이 곧 공부였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막연히 가지고 있던 ‘기인’이란 선입견이 짧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서문 중에서)



공부가 별건가? 하면 되는 거지. 나는 공부에 관해서는 콩팥을 안 가려요. 서당 이야기도 했지만, 나는 새로 만나는 것은 다 배움이라 생각해요. 내 경우에는 새롭게 만나는 것은 다 배우는 것이라. 대하는 것, 접촉하는 것, 듣는 것마다 다 배우는 거라. 참선을 해서 도를 깨쳤다. 그래서 다른 것은 안 배운다? 공부는 그런 게 아닌 거라. 경전공부하고 참선하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 대하는 것은 다 배우는 것이에요. 배움에는 피차가 없는 거라. 주고받는 게 없는 배움도 있는 거예요. 간단히 말해서 내 앞에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가도, 나는 거기서 배울 게 있다는 거지. (P 46)


어디 있든지 계속 정진하는 것이지요. 강원도 취할 바가 있고, 선원도 취할 바가 있는 것입니다. 어디든 취할 바가 있어요. 심지어는 탁지, 탁한 땅도 취할 바가 있고, 정지, 깨끗한 땅도 취할 바가 있어요. (P 61)


간절함이 있으면 다 배우게 된다. 내가 주지를 맡기 전에 한 도예가가 통도사 부근에 도자기 가마를 만들어서 작업했어요. 신정희 씨라고 유명한 작가였지. 외교 회담할 때 그 작가 작품을 외국인들에게 선물할 정도였다고 해요. 내가 통도사 주지일 때 한번은 서울에 올라가 높은 관리를 만났는데, 이 사람이 나를 보고 ‘통도사 신정희 아느냐?’고 물어요. 내가 통도사 주지인데 말이죠. 그분이 그만큼 유명했어요. 그래서 통도사 위신이 있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통도사 내려와 당장 사명암에 가마를 차렸어요. 아예 통도사에서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지요. (P85)


서운암이 전국에서 아마 들꽃 축제를 제일 먼저 했을 건데? 불교 신자든 아니든 관계없이 부담 없이 절에 찾아와서 정서 함양을 할 수 있도록 해보자 해서 야생화를 심기 시작했지요.(P122)


물아불이, 사물은 나와 둘이 아니다, 하나다, 이거지요. 자연과 더불어 내가 하나라는 것이라. 이런 것은 관심을 가지면 다 보여요. 관심이 없으면 여가가 없고, 관심이 있으면 여가도 있어요. 관심이 없으면 안 보이고, 관심이 있으면 보이는 겁니다. 다들 바쁘다 바쁘다 하는데, 바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별로 좋은 일이 아닙니다. 뭐 때문에 바쁘겠노, 이거라. (P153)


내가 보고 듣는 전부 다 스승이다.공부는 나 혼자 했지만 학교로 보면 초등학교밖에 안 나왔고, 영어도 못하지, 일본어도 못하지. 생각해보니 이래가 안 되겠다 싶데. 그렇다고 새로 어릴 때로 돌아갈 수는 없고, 그래도 정신적으로 어릴 때로 돌아가서 새 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라. 그래서 그때부터 뭐든지 익히려고 한 겁니다. 우리가 절집에 있으니 그렇지, 사회에 있으면서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다 하면 아무짝에 못 쓰거든요. 그래도 그건 지나간 거고 새롭게 마음을 먹었지. 내가 존재하는 무대 자체가 우주무한대학이다! 내 발길 닿는 곳이 학교이고, 내가 보고 듣는 전부 다 스승이다. 이래사 완전히 새 살림을, 어릴 때로 되돌아가서 새 출발을 하기로 작정했지요. (P163)


일반 대중은 일과 공부를 별개라고 여긴다. 그러나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일이 공부이고, 공부가 일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스님은 자신의 삶을 통해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왜 일이 곧 공부이고 공부가 곧 일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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