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김상수 - 부암동 카페냥 김상수 상무님의 안 부지런한 하루
김은혜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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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로 장식된 커버와 제목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20대때 회사생활을 하느라 잠깐 자취를 할 때 키웠던 반려묘 '가을'이도 생각이 나서 신청하게 되었다. 김상수는 고양이의 이름이고 연중무휴는 고양이가 함께 있는 작가님의 카페가 연중무휴로 운영중이라 붙인 제목이다. 여기서 고양이 김상수는 '상무'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귀여운 상수의 사진들과 함께 작가님이 관련 사연들을 적고 있어서 잘 읽혔다. 그 사연들이 인생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담겨있어서 뭔가 느끼는 것들도 있었고.
우울은 가벼운 슬픔이다. 약간의 반성과 약간의 아쉬움이 섞여 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다. 색깔은 조금 어두운, 마치 그림자 같다. 지금 와서야 느낀 건데 상수를 입양하기 전 나는 꽤 우울했따. 오랫동안 교육 일을 하면서도 무언가 제대로 한 건 하나도 없는 기분이었다. 후회까진 아니었지만 아쉬웠다. (p12)

나도 인간관계에서 피곤했던 마음을 상수에게 투사시킨다. 상수는 '카페냥'이다. 매일 아침 자기 방에서 집사들이 올 때만을 기다린다. 집사들이 출근하면 왜 이렇게 늦었냐고 야옹거린다. 상수는 카페에 완전히 적응했고 그 공간을 좋아한다. 손님이 와서 만져도 가만히 있고, 커피머신 아래에서 유유자적 낮잠을 자기도 한다. (p29)

나에게 안정을 물어봐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면, 그 생각 뒤에 감춰진 내 감정이 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가끔은 멍청히 생각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24시간 내내 정신줄을 꽉 붙잡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살 수는 없다. (p32)

내 껌딱지 상수가 모두의 냥이 되었을 때, 카페 개업을 후회한 적도 있다. 인정하기 싫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를 합리화했다. 상수는 여전히 나를 좋아한다고, 애써 그렇게 믿어본다. (p63)

상수를 잃어버린 날의 기억 때문일까. 나는 여전히 헤메는 강아지나 길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를 세우게 된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그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좋다. 소중한 것이 사라지지 않게 미리미리 지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p101)

1분 1초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생애주기도 모두 다르고, 관계의 주기는 더 변화무쌍하다. 소중한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정말 중요한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엄마를 보내고 10년 동안 후회한 건,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다. 엄마는 항상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다. (p155)

내가 있고 SNS가 있는 것이 아니라, SNS를 위해 나를 만드는 것. 우리는 어쩌면 '이미지'를 만드느라 진짜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타인이 원하고 좋아하는 욕망을 따라가기에 너무 쉬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p168)

일과 성공이 중심축이 되어 삶이 돌아간다면, 의식적으로라도 놀아야겠다고 살짝 바꿔보는 건 어떨까. 나태하고 게으른 것이 아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온전히 뇌를 쉬게 만들 수 있는 몰입의 경험을 말이다. (p188)

곤히 잘 때 코 고는 소리도 귀엽지만, 살짝 윗입술이 들린 상태로 자는 것도 미치도록 귀엽다. 식빵 자세할 때 손을 내시처럼 모으는 것도 귀엽고, 그 귀여운 손에 침 묻혀 야무지게 세수하는 것도 귀엽다. 안 자면서 살짝 자는 척하는 것도 귀엽고, 내가 있는 줄 알면서 못 본 척 걸어가는 것도 귀엽다. 창문에 앉아서 빨리 문 열라고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는데 하나도 안 무섭고 그냥 귀엽다. (p194)

꾸준함과 평범함이 나의 무기가 됐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평범함 속의 깨알 같은 발견이다. 대단하지 않아도 나름 보통의 순간을 매일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평범하지만 당연한 순간은 더 많이 기억되어야 한다. 보통의 일상은 모두가 꽃이다. (p236)

작가님과 카페 손님들의 상수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나도 나중에 아기 낳고 기회가 된다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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