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라잉 북 - 지극한 슬픔, 은밀한 눈물에 관하여
헤더 크리스털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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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라 잘 웃기도 하지만 잘 울기도 하는데 제목에 이끌려 좋은 기회로 읽게 되었다

시인인 헤더 크리스털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에세이에서 인간이 하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 울음에 대해 탐구한다. 저자는 눈물의 생물학적 원인을 설명하고 울음이 예술과 정치, 페미니즘, 인종,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친구의 자살, 가족력으로 내려오는 우울증, 임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눈물에 깃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p.36 백인 여자의 눈물은 유독 의심받는다. 여태 그들이 눈물을 무기 삼아 유색인에게, 특히 흑인에게 휘두른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물은 진짜 눈물, 그러니까 실제로 분비된 눈물일 때도 있지만 상상의 눈물, 은유의 눈물일 때도 있다.

📌p.37 언어적으로 보면 울다는 더 시끄럽고 흐느끼다(weep)는 더 축축하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두 단어의 차이를 설명할 때는 보통 '흐느낌' 이라는 단어가 더 격식 있고 일상 회화에서 쓰기에는 다소 고풍스럽게 들린다고 말한다.

📌p.166 밖으로 내보내요 하고 어떤 가상의 인물이 지시하면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복종한다. 하지만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울고 난 직후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면 울기 전보다 나빠진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우는 장소가 실험실이라는 점에서 피험자들은 도움을 구하려고 눈물을 흘리지만 연구자들은 자기가 자극한 사람을 거의 위로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p.177 때로 울음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쓰는 사람들은 글 곳곳에 웃는 표정을 뿌린다.
Q: 너무 많이 울면 위험하기도 한가요? A: 두통이 생길 수 있어요.^^
전에 제 친구 한 명은 눈물관이 열리지 않아서 울지 못했는데요 ㅋㅋ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수술로 눈물관을 열었어요.ㅎㅎ
당황스러우면서도 귀엽다. 아무 이유 없이 밑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혹은 생긴 줄도 몰랐던 멍을 발견한 것처럼. 어라! 이게 언제 생겼지? 꾹.꾹.

📌p.196 문장에 담긴 생각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문장의 맨 마지막 단어를 전치사로 끝내는 방법을 나는 신뢰한다.

📌p.242 절망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면 절망을 말로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절망은 내 삶의 작은 비밀 문.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리. 물론 이건 은유일 뿐이고 문장일 뿐이나 이것이 내가 사랑을 널리 전하는 방법이다.

📌p.270 응급실에 가서 CT 촬영을 한 뒤 의사는 나의 증상이 뇌졸증이 아니라 단순한 눈 편두통이라고 말한다. 몇 년 전 다른 상황에서 시야가 갑자기 비뚤어지며 얼마 동안은 글자를 읽을 수 없었던 일이 기억난다. 책을 펼쳐 들고 검은색 상징들을 봐도 그 뜻을 해독할 수 없었다. 읽는 법을 모를 때 본 글자같았다. 질서 있고, 매력적이고, 불가해한. 그날 나는 울었다.

📌p.372 가브리엘은 눈물 에서 꽃의 부드러움을,리듬을 보고 듣는다.울음에서 전쟁을, 무기의 단단함을 본다. 미기와가 말하길, 일본어에서는 매우 적은 양을 '참새 눈물' 이라고 한다. 또 한 친구가 말하길, 에스파냐어의 '란토레테니도'는 눈물을 참고 참다가 누군가 위로의 손길을 건넬 때 '화산처럼' 터져 버리는 것을 뜻한다.



#책서평단#더크라잉북#헤더크리스털#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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