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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 원정대 - 118개 캐릭터로 마스터하는 주기율표 공략집
아게도리도리 지음, 박재현 옮김, 장홍제 감수 / 윌북주니어 / 2026년 5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뭐야뭐야? 엥?? 주기율표 언제부터 118개가 된 거지??"
"110개로 외워서 살아온 나는 어쩌고 왜 나한테 안 물어보고 말도 안 하고 8개 늘어난 거야?"
자자~ 보자보자 뭐가 또 생겼나.
역시 "궤도민수"님의 "안될과학팬"으로서 한번 보자 보자 했는데 이게 뭐야~ 수헬리베붕탄질산은 어디 간 거야? 처음 책을 펼치자마자 애니메이션 제작사 MAPPA에서 그렸을 것 같은 화려한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는다. 아니 탄소가 이렇게 간지 나는 캐릭터였나? 헬륨은 왜 이렇게 귀엽고 우라늄은 왜 이렇게 최종보스처럼 생긴 거지?
아차차... 이거 잘 따라가야 한다. 이 책은 별 표시를 따라가면 소설이고 나비 표시를 찾아가면 현실이다. 아주 친절하게 허구와 과학적 사실을 구분해 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덕분에 판타지 설정을 즐기면서도 "이건 진짜 과학 이야기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원소들의 세계를 모험하는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독자들을 원소의 세계로 초대한 뒤, 인간과 함께해 온 원소들, 주기율표를 걷는 방법, 마술과 과학 사이, 최초의 원소, 불안정한 힘이라는 다섯 개의 장을 통해 원소와 화학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안내한다. 마지막에는 최종장과 커튼콜까지 준비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RPG 게임을 엔딩까지 클리어한 느낌을 준다. (SD캐릭터 너무 귀여워~~ 피규어로 찾아보면 있을꺼 같기도 한데.. 적어도 보드게임정도는 있어주세요.. 제발..)
각 캐릭터마다 이름의 유래는 물론이고 인연이 깊은 원소, 녹는점, 끓는점, 특징까지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스티온 대륙의 헬리오스 왕국에서 부터 악티스 열도에 이르기 까지 광대하게 펼쳐지는 판타지 세계관은 생각보다 꽤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처음에는 "원소를 캐릭터화했다고?","그냥 머리에 C하나 붙이고 나오는건가?" 하며 웃었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원소들의 관계를 따라가고 함께 모험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토룡마을의 뼈 도리아 세트 먹고 싶다.)
특히 좋았던 점은 단순히 원소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간중간 "태양은 왜 빛날까?", "비스무트 결정을 만들자!", "방사능은 무엇일까?", "핵융합은 어떻게 일어날까?" 같은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향을 내는 화합물, 맛을 내는 화합물, 폭발성을 가진 화합물, 심지어 환각을 일으키는 화합물까지 등장하는데 괴수나 요괴 같은 독특한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되니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솔직히 학창 시절 화학이라고 하면 외우기 바빴다.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시험 끝나면 잊어버리고 다시 외우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 책은 암기보다는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포켓몬이나 공룡이름을 외우라고 시킨 적은 없지만 다들 자연스럽게 외우듯이 원소도 캐릭터와 이미지로 접근한다. 그래서 원소의 성질이나 특징은 의외로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나트륨이 소듐으로 바꼈는데 뭔가 맛이 안난다고 해야하나 소듐은 안짤꺼 같은데.. 칼륨이 포타슘으로 바뀌니까 낭만이 없어 낭만이 ㅋㅋㅋ 요오드도 아이오딘이 뭐야 타고 다녀야할꺼 같잖아)
특히 방사성 원소나 핵분열, 핵융합 같은 어려운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원소라는 존재 자체가 우주의 탄생과 별의 죽음, 인류 문명의 발전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판타지 모험처럼 풀어내니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마지막 여행이 끝나면 특집으로 새롭게 발견된 113번째 섬까지 도달할 수 있다. 원소의 발견 역사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장치인데 꽤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너무 즐겁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화학 공부였지만 다 읽고 난 이후에는 캐릭터는 기억나는데 주기율표 순서는 기억이 안 난다.
분명 탄소가 어디쯤 있고 우라늄이 어떤 느낌인지는 기억난다. 헬륨이 어떤 성격이고 네온이 어떤 특징인지도 기억난다. 그런데 정작 주기율표 위치를 다시 그려보라고 하면 잘 안 된다. 결국 이 책은 주기율표 암기집이라기보다는 원소 입문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캐릭터들은 상당히 입체적인데 서로 간의 관계나 스토리가 조금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각 원소마다 간단한 설명과 설정은 있는데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이어지는 부분은 생각보다 적다. 세계관은 굉장히 매력적인데 원소들끼리의 모험이나 갈등이 더 많았다면 훨씬 몰입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소원정대는 정말 즐겁고 나한테는 신선한 책이었다.
주기율표를 무조건 외우라고 하면 싫어할 아이들도 이 책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게임 설정집이나 판타지 도감을 읽는 느낌에 가깝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창 시절 화학 때문에 고생했던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읽고 나니 주기율표가 단순히 교실 벽에 붙어 있는 표가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가진 거대한 세계처럼 느껴졌다. 과학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만드는 책. 그리고 "원소도 이렇게 즐겁게 배울 수 있구나"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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