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ㅣ 클래식 리이매진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데이비드 플렁커트 그림,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너~~무 무섭다!!!! 이젠 동반자 같은 불면증으로 밤에 책읽는게 익숙하지만 꼭 낮에 읽는걸 권장한다.
여느때 처럼 책읽고 새벽 2시쯤에 잠들었는데 4시44분에 깨서는 아에 못잤다. 불면증과 토끼잠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드거앨런포의 책을 보고 자서 그런지 시계보고 너무 소름돋아서 급하게 유튜브 쇼츠보면서 안무서운척하고 있다가 갑자기 꿈이 생각나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생수처럼 어깨에서 스물스믈 "유재석"이 자라나더니 무한도전 멤버가 나를 손가마 태워서 마을을 구경시켜주는 지금 생각해보면 개꿈인데 왜 이게 그렇게 무서웠을까? 이 책은 너무 무섭다. 지금 서평쓰면서도 이 괴이함과 삽화가 주는 눈에 익지 않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느낌에 한기가 느껴진다.
사실 나는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 난 나를 잘안다 그래서 도전 조차 해보지 않았다.
갑툭튀도 싫고 귀신도 싫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포, 스릴러는 좋아했었다. 특히 에드거 앨런 포처럼 사람 심리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류의 이야기는 무섭다기보다 요상하게 매력적이다. 문제는 이 책이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읽고 나면 머릿속에 찜찜한 안개 같은 것이 남는다. 뭔가 설명되지 않는 불안감이 새벽의 차갑소 습한 공기 마냥 머리속에 퍼진다.


처음에는 유명한 작품 몇 개 묶어놓은 고전모음집 정도로 생각했다.
"검은 고양이", "갈까마귀", "어셔가의 몰락" 같은 워낙 유명한 제목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삽화가 정말 미쳤다. "데이비드 플렁커트"의 일러스트는 아름답다?기보다 불길하다. 얼굴은 텅 비어있고, 눈은 없는데 누가 계속 쳐다보는 느낌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건 단순 삽화가 아니라 공포 그 자체를 시각화한 느낌이다.
특히 "고자질하는 심장"은 (아니 심장이라더니 저 형광빛 머리통은 너무한거 아니오) 살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죄책감이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긴데,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장면은 지금 읽어도 섬뜩하다. 살목지처럼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사람이 미쳐가는 과정 자체가 공포다. "검은 고양이"는 더 끔찍하다. 인간 안에 숨어 있는 폭력성과 자기파괴 충동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고양이, 강아지 동물학대사건이 뉴스에 매일 올라 오다 싶이 했었는데 19세기에도 이런일을 생각해서 썼다는게 놀랍다. (일본에서는 야생곰 개체수가 너무 늘어서 차를 쫒아와서 사람도 공격한다고 하는데 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다. 강제로 개체수를 늘려서 야생으로 돌려보낸게 문제인지 먼저 잡아서 개체수가 줄어든게 문제인지 곰과 함께 살려고 해서 문제인지 모르겠다.)
"어셔가의 몰락"은 읽고 나면 집 자체가 무서워진다.
에드거 앨런 포는 건물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았다. 저택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눅눅하고 음산한 기운이 사람 정신까지 잠식하는 느낌이다. "생매장"도 진짜 농약 같다. 사람이 산 채로 묻힌다는 공포를 이렇게 집요하게 파고든 작가는 처음 봤다. 한국 조폭영화에 항상나와서 이젠 익숙해질때도 되었는데 읽다가 괜히 이불이 답답해져서 괜히 숨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또 신기한게 단순 공포를 넘어 추리문학의 시작까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은 셜록 홈즈의 원형 같은 작품인데, 이미 여기서 폐쇄된 공간, 논리적 추리, 단서 분석 같은 현대 추리소설의 핵심이 거의 완성되어 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왜 추리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지 바로 이해된다. 공포와 이성을 동시에 다룬다는 점이 진짜 천재적이다.


시들도 엄청나다. (시라고 하니까 시가 맞겠지? 산문시 이런장르인가? 문과는 너무 몰라서 내머리속에 시는 운율에 맞춘 그런건데)
특히 "갈까마귀"는 읽다보면 최면 걸리는 기분이다. "다시는 없으리"라는 반복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애너벨 리"는 슬프고 아름다운데 이상하게 읽고 나면 더 우울해진다. 포의 시는 예쁜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독자의 뇌에 직접 주입하는 느낌이다.
진짜 무서운것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안에 있다. 죄책감, 집착, 상실, 광기 같은 감정들이 조금씩 부풀어 올라 사람을 집어삼킨다는 말을 계속 하는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래된 고전인데도 전혀 오래된 느낌이 나지 않는다. 현재 사람들의 불안과 더 가깝게 느껴진다. SNS에 미쳐가고, 비교에 병들고, 혼자 무너지는 현대인의 정신세계와 너무 비슷하다.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알고 나면 작품이 더 섬뜩해진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사랑하는 아내마저 병으로 떠나보내고, 술과 우울 속에서 살아간 사람. 그러니 그의 작품이 이렇게 어둡고 슬플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포는 공포를 만들어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불안을 그대로 꺼내 문학으로 만든 사람 같다.
이 책은 절때 밤에 읽지 마라.
특히 새벽 2시 이후에는 절대 읽지 마라. 괜히 화장실 가다가 거울 한번 더 보게 되고, 불 끄고 누우면 삽화 속 얼굴 없는 인간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또 읽고 싶어지긴 한다. 무섭지만 계속 끌린다. 마치 심연인줄 알고 들여다 봤는데 내마음.. 뭐 이런 느낌이다.
고전문학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이건 오래된 이야기나 시가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건드리는 책이다. 읽고 나면 단순히 "무섭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낯설어진다. 그리고 새벽 4시44분, 괜히 시계를 한번 더 보게 된다.
#에드거앨런포의이야기와시 #소소의책 #에드거앨런포 #데이비드플렁커트 #와~무섭다 #4시44분 #밤에읽지마라 #공포소설 #고전 #책리엔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