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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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어떤 꿈을 꾸었느냐??

싸움의 고수가 되어 절대군림하는 일대종사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ㅜㅜ



"싸움의기술 아니 싸움의 교양"

이것은 강호와 중원을 떠돌며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절대무림서 아닌가?? 이제 이것만 읽으면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고 운기조식이 필요없는 절대 강자가 될수 있는것인가?? 하는 나의 20대의 꿈을 이뤄줄 전설의 비급을 손에 넣고 너무나 행복한 꿈을 꾸었다. 잠깐이었다...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이것은 싸우지 않는것이 이기는것을 알려준 비급이었다... 간파,장악,심전,불패 4가지로 나눠져 있는 이비급서는 이클립스의 5번째 세계척학전집으로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역사, 철학, 심리학, 정치학, 게임이론, 전쟁론을 한데 엮어서 "인간은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설명하는 전략서에 가깝다. 제목만 보면 자극적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는 꽤나 탄탄하고 재미있게 풀어쓴 교양서이다.


간파, 장악, 심전, 불패라는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_아니 이렇게 나눠져 있는데 어떻게 무림비급서가 아니냐고 뭔가 숨겨진 의미나 세로로 읽어야하는건가??) 이름부터 너무 무협스럽다. 내용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이해는 가지만 장풍을 쓰지는 못한다는게 결론이다?가 아니라 역시 싸움이라는 것은 힘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에 전략과 기물을 잘 이용해야하며 누가 더 먼저 판을 읽었는가, 누가 상대의 심리를 흔들었는가, 누가 끝까지 살아남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역시 PART 1의 "간파"가 가장 흥미로웠다. 손자의 부전승부터 노이만의 게임이론, 내쉬의 균형, 액설로드의 팃포탯까지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모두가 합리적인데 모두가 진다"라는 내쉬의 균형 이야기는 읽으면서 괜히 현실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회사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인터넷 댓글창에서도 사람들은 다 자기 기준에서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데 결과는 함께 망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작가는 이런 복잡한 이론들을 설명하면서도 딱딱하게 늘어놓지 않는다.(_역시 세계척학전집 5번째라 그런지 공감이 너무나 잘된다) 현실 사례와 역사 이야기를 섞어가며 설명하기 때문에 책장이 정말 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무릎을 치게 만들었던 부분은 제갈량의 공성계와 셸링의 전략이었다. 제갈량은 병력이 부족했지만 성문을 활짝 열어버림으로써 오히려 상대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것을 단순한 배짱이 아니라 "상대의 합리성을 이용한 설계"라고 설명한다. 읽는 순간 감탄했다. (_미국소고기 광우병도 같은건가? 수입시장을 개방하고 국민들에게 먹으면 뇌에 구멍이 송송 뚫린다는 여론몰이로 미국소고기가 안팔린건 전략인가? 그냥 언론사의 공포마케팅으로 돈벌이한건가? 역시 MBTI의 N이구나 어디로 생각이 튈지 모르겠다.) 우리는 보통 힘이 강한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잃기 싫어하는지를 읽는 사람이 결국 판을 가져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 한비자, 클라우제비츠 같은 이름들이 등장하는 PART 2이다.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을 택하라" 같은 문장은 워낙 유명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냉혹한 처세술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인간 사회가 왜 그렇게 굴러가는지 구조 자체를 보여준다. 특히 "사람을 믿지 마라, 시스템을 믿어라"라는 부분은 읽으면서 괜히 뜨끔했다. 우리는 늘 사람의 선의를 기대하지만 실제로 오래 유지되는 조직은 결국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_비슷한 이야기로 회사에서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착각을 한다. 나도 그랬고 그 업무가 회사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올까? 그냥 시스템과 자본이 만들어낸 이익인데 뭔가 자신이 큰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나부터라도 잘 돌아보고 처신해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었다.

"아…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전략적으로 움직이는구나."


우리는 흔히 진심, 성실함, 노력 같은 단어를 좋아한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같은 힘을 가지고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싸움은 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설계의 문제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특히 작가가 반복해서 말하는 "척"이라는 개념도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약간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졌다. 하지만 읽다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척은 거짓말이 아니다. 가진 것을 가장 강한 형태로 보여주는 기술에 가깝다. 제갈량이 성문을 열어둔 것도, 셸링의 공약 전략도, 협상가들의 심리전도 결국은 상대의 판단을 설계하는 과정이었다.


손자병법 같은 어려운 전략서나 오래된 학문을 읽는다는 부담감이 없이 고전의 책들을 맛볼수 있어서 좋았다. 말그대로 전부 읽었으면 끝도 없었고 무슨말인지도 잘 몰랐겠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어디서 "척"할수 있게 이해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든 책이었다. 당연히 게임이론, 국제정치, 협상학 같은 분야는 원래 원전을 읽으면 꽤 어렵다. 그런데 작가는 그것들을 현실 에피소드처럼 잘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마치 교양 다큐멘터리를 몰아보듯 술술 읽히는데, 다 읽고 나면 생각이상으로 머릿속에는 남는 것이 많다.


이 책이 위험한 느낌이 있기도 하다.

읽고 나면 사람들의 행동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머리의 용량이 작아서 그런지 점심 먹고 들어오니 그런 느낌이 아주 사라져버렸지만 당시에는 누가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왜 저 타이밍에 움직였는지, 왜 굳이 저런 선택을 했는지 괜히 분석하게 된다. 세상을 바라 보는 시야 자체가 약간 달라졌었다.


처음에는 무림 비급 같은 상상을 하며 펼쳤지만, 결국 이 책이 알려준 것은 "싸우지 않는 것이 가장 강한 싸움"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승자라는 아주 현실적인 진리를 말이다.


역사, 심리학, 전략, 인간관계, 처세술 같은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단순히 착하게 살면 된다는 식의 조언에 지친 사람이라면 더 더 더 추천하고 싶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꽤 흥미롭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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