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김성훈 옮김, 후나야마 신지 감수 / 성안당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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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가사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 "죽음의사냥개"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뱀독으로 살인을 하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어린시절 너무 무서워서 길을 걷다가 지렁이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랐던 경험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청산가리를 자주 써서 그런지 그런것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무서운 독은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경계도 하지 않는 일상 속 독인것 같다. 커피를 마시고, 감자 싹을 대충 도려내고, 탄 고기를 먹고,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생활하는 아주 평범한 행동들 속에도 독이라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이 참 무서웠다. 제목처럼 "잠 못 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읽다 보면 괜히 냉장고 안 음식들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되는 책이다.


어려운 내용을 정말 가볍고 흥미롭게 설명한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독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지만 삽화와 도식이 많고 한 챕터가 짧아서 마치 유튜브 쇼츠를 넘기듯 부담 없이 쭈우욱~ 읽힌다. 특히 "독과 약은 결국 용량의 차이"라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지만 막상 책 속 사례들을 보니 새삼 감기약이라도 복용량을 지켜서 먹어야겠다 싶었다. 모르핀처럼 사람을 살리는 약도 잘못 사용하면 강력한 독이 되고, 반대로 독을 가진 생물의 성분이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옛날부터 인간이 독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이용해 왔다는 점이 참 모순이긴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역시나 음식과 음료 속 독 이야기였다. 카페인, 알코올, 가공육, 탄 음식처럼 너무 익숙해서 위험성을 잊고 살아가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감자의 싹 이야기나 복어 독 같은 부분은 알고 있던 내용인데도 다시 읽으니 괜히 찝찝했다. 아직 살아 있는거 보면 죽을 정도로 먹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은 있는데 예전처럼 즐기지는 못할것 같다. 인간은 생각보다 다른 생물들에 비해 잘 못 만든거 같아 아쉽다.


생물 독 파트도 재밋는 부분이 많다. 전갈이나 독개구리 같은 익숙한 독성 생물뿐 아니라 해파리, 말미잘, 문어처럼 바다 생물들의 독도 자세히 소개되는데 단순히 위험하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독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존 전략까지 설명해준다. 특히 화려한 색일수록 위험 신호라는 설명은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운 것이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식물 독도 비슷하다. 수국이나 수선화처럼 흔히 보는 식물에도 독성이 있다는 부분은 읽으면서 꽤 놀랐다. 특히나 지금부터 시에서 곳곳마다 수국을 심어놔서 걱정이다. 이런 이유로 잠을 못들 정도라고 한것인가? 이젠 수국만 보면 피해다녀야 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환경 독소 이야기는 솔직히 읽는 내내 가장 현실적으로 무서웠다. 석면, 다이옥신, 일산화탄소, PFAS 같은 것들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자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냄새도 색도 없는 일산화탄소 이야기는 겨울철 뉴스에서 보던 사고들이 떠오르면서 괜히 환기를 다시 확인하게 만들었다. 독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숨 쉬는 공기와 생활 속에 이미 섞여 있다는 사실이 가장 무섭다.


결국 독이라는 것은 특정 물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욕심과 무지, 그리고 익숙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독이 되고, 편리함을 위해 만든 물질이 시간이 지나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또 그 독을 연구해 약으로 활용한다.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유용한 존재라는 점에서 독은 참 인간 사회와 비슷한것 같다. 과하면 죽음으로 가는 그런 여러 관계들 말이다.


책두께가 적당하고 챕터가 단편이라 쉽게 읽히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걸 남기는 지식의 책이었다. 단순한 독 지식 백과가 아니라 "나는 얼마나 많은 위험 속에서 무심하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생활 교양서에 가까웠다. 읽고 나면 괜히 물 한잔 마실 때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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