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려치는 미술사 : 르네상스의 천재들 후려치는 미술사
박신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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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책표지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면 "르네상스의 천재들"이라는 제목에서 처럼 명화를 보여주며 큐레이터가 해주는 설명을 따라가는 가벼운 미술 교양서가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그런 단순한 명화집이나 그림 해설서가 아니다. 제목은 미술사인데 사실상 르네상스를 관통하는 거대한 역사서에 더 가깝다. (_뭐랄까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던 실체를 보여줘서 나의 로망과 망상이 사라진 느낌이다. 메디치가문이나 다빈치코드 같은 음모론을 엄청 즐기는데 사실을 마주한 그런 기분이다.) 그림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권력과 금융, 종교와 전쟁, 도시국가의 경쟁과 인간 욕망의 흐름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집요하게 자료를 모으고 시대를 엮어낸 박신영 작가님이 참 대단하다. (_역시나 예술쪽으로 아주 훌륭한 대학교를 졸업하셨더라 동문이라 이러는거 아니다.)


책은 크게 르네상스 이전과 1,2,3세대 르네상스로 나뉘어 있지만 단순히 미술가 연대기를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천재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는가?"를 필연적으로 알려주는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읽다 보면 그림보다 먼저 역사와 시대가 보인다. 십자군 원정 이후 흔들리는 중세 질서와 도시의 성장, 흑사병 이후 뒤바뀐 노동 구조 같은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변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역시 난놈은 난놈이라고 프리드리히 2세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흔히 르네상스라고 하면 피렌체와 메디치 가문부터 떠올리는데, 책은 그보다 앞선 시대에서 이미 르네상스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고 말한다. 프리드리히 2세는 왕족 같지 않은 사고방식으로 교황권에 맞섰고, 권위보다는 학문과 토론을 중시했다. 일반인과 대화하고 아랍 문화를 받아들이며 지적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중세시대 왕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굉장히 멀다. 그래서인지 이 인물이야말로 르네상스의 문짝을 열어 재친 존재라고 한다.


그리고 역시나 빠질 수 없는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 처음부터 귀족이었던 줄 알았는데 은행업과 신용으로 성장한 가문이었다는 점이 내 음모론, 미스테리를 흔들어 놓았다. (_사실은 흥미가 덜하다 소문과 미스테리가 즐거웠는데 내 감동 돌려주시오 ㅠㅠ)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소문 속에서도 결국 돈의 흐름과 신뢰를 장악하며 유럽 최고의 가문으로 성장한다. 특히 몰락한 교황을 감옥에서 꺼내주고 장례와 무덤까지 책임지며 쌓아올린 신용이 이후 엄청난 부와 권력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정말 도박이 아니었을까 하는데 확신이 있었으니까 진행시켰을것 같기도하다 넷플렉스에 나오는 미드 정치 드라마 한편 같았다. 결국 르네상스 예술도 이런 후원 체계 위에서 꽃피었다는 점을 이 책은 계속 강조한다. 천재 혼자 시대를 만든 것이 아니라, 천재를 먹여 살릴 자본과 권력이 함께 움직였다는 것이다. (고흐도 동생이 그렇게 돌봐줬으니 그림을 그렇게 그린게 아닐까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섬세하고 우아한 그림들에서 시작해 최후의 만찬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피에타의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로 이어지는 내용은 그 자체로 르네상스의 절정이었다. 서로 경쟁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간의 표현이 정말 신에게 닿지 않았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미켈란젤로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라파엘로의 죽음을 보며 화려했던 르네상스도 결국 저물어간다는걸 알았다. 동시에 아무리 천재적인 예술가라도 후원 없이는 지속적으로 창작하기 어려웠다는 현실도 드러난다. 결국 예술은 이상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돈과 인간관계, 경쟁과 질투가 모두 얽혀 있었고 르네상스는 그 모든 조건이 기적처럼 맞아떨어졌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제목처럼 "후려치는 미술사"라는 표현은 전혀 내 기준에 맞지 않았다 전혀 후려치지 않고 정통으로 꼬집고 바로 바라보는 책이었다. 보통의 미술사처럼 그림을 보여주고 누가그리고 어떻다가 아니라 르네상스의 천재들이 설수 있었던 시대배경과 원인을 엄청난 자료와 사료들로 뒤에 숨겨진 인간과 권력과 욕망까지 끌어와 보여준 책이라 너무 흥미 진진하고 매장 즐겁게 읽었다. 덕분에 익숙했던 르네상스 명화들이 더 이상 교과서 속 그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모나리자가 아름답다 보다 그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인간들의 흔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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