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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5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나폴레옹, 무솔리니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가까이 두고 읽었다는 군주론!!!
어디 연애인이나 역사, 국사 교양수업이나 유튜브를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책, 그냥 거기서 끝났으면 "아~유명한 책이구나" 하고 넘겼을 텐데, 요즘은 또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 같은 현대 정치 지도자들까지 마키아벨리식 리더십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관심이 많아졌다.
"이걸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읽은 사람들이 이모양이니 이쯤 되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한참 동안이나 같은 계열의 책으로 착각했던 적이 있었다. 제목만 보면 비슷한 느낌이라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고 나름 위안을 하고 싶다. (_아닌가? 경제랑 정치, 지배를 다르다고 볼수도 있겠구나)
대학 시절에 한 번 펼쳐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앞부분 헌정사에서 이미 마음이 떠났다.
"나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위대하고 훌륭한 전하 저 좀 다시 불러주세요"
이런 느낌의 글로 읽혀서 솔직히 별로였다. 뭔가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냄새가 나서 낭만이 없다 해야하나? 게다가 이 책이 원래 바치려던 인물이 아니라 조카한테 진상했다는 이야기를 알고 더 모양빠져 보였다. (_남들은 금은 보화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최고를 바치는데 자기는 이책이 그런존재다라고 준거 부터가 영...)
그렇게 잊고 있던 책을 이번에 다시 제대로 읽어보게 됐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그때는 너무 철이 없어서 였는지 지금은 예전에 내가 너무 겉만 보고 판단했구나 싶었고 세속에 찌들어서 인지 인권과 문명이 없었다면 이렇게 통치해도 되는구나 하는 인정도 해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이탈리아 역사와 고대 사례들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 배경지식이 없으면 흐름을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_강정인님, 김경희님 너무 감사합니다. 부록에 용어해설, 인명해설 없었으면 정말 이해하는데 오래걸렸을거 같습니다. 부록은 꼭 읽어보싶시오. 정말 이해가 쉬워집니다. 역시 5판까지 인쇄한 이유가 있었네요)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각종 군주국 사례들이 쏟아지는데,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하면 속도가 확 줄어든다. 인물하나하나 들면서 얘는 이렇게 해서 망했고 얘는 저렇게 해서 나라가 사라졌다는 식의 전개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키아벨리가 하고 싶어하는 말은 굉장히 직관적이다.
읽다 보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데?" 싶은 순간이 계속 나온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과 두려움을 주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또는 약속은 언제까지 지켜야 하는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같은 질문들을 16세기에 이미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써놨다는 게 나는 너무 놀라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군주는 사자의 힘과 여우의 지혜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부분이다. (_도널드 트럼프가 인용했다고 해서 살짝 좀 그렇지만 이책을 가장 잘설명한 문장이 아닌가 한다.)
이건 지금 봐도 완전히 "처세술의 정수"이며 나라를 끌고가는 대표의 가치관 같은 문장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이 왜 위험하다고 하는지 알것 같다.
나라를 위해 "성군이 되시오"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매일 조정에서 하는 말이긴한데 이건 좋은 사람이 되어라가 절대 아니라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현실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를 묻는 책인것 같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불편함도 많았었다.
이게 맞기는 맞는 말인 건 알겠는데,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뭔가 찝찝하고 이러면 안될거 같은데 그런 감정들 말이다. 예를 들어, 적을 완전히 제거해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든지, 세력을 분산시켜 힘을 못 쓰게 만든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과격하다. (_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중동이든, 전쟁은 정말 안하는게 맞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시대를 생각하면 오히려 현실적인 전략이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이 책은 "착하게 살아라"가 아니라 "현실은 이렇게 돌아간다"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래서 더 오래 살아남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게 아닐까 싶다.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전쟁으로 초토화시키고 반란의 싹을 없애라 같은 이야기는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 인간, 조직, 그리고 선택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마치 손자병법처럼, 실전에 그대로 쓰기보다는 "이런 사고방식이 있구나" 하고 이해하는 교양서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쉽지는 않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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