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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진화 -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
아테나 액티피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암세포의 진화!! 뭔가 얘네들은 진화하면 안될꺼같은데 트렌스포머 영화도 아니고 왜 진화를 하는거지? 암세포는 퇴화하면 안되나??하는 불만으로 읽어간 이책은 부제에서 알수 있듯이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제목만 보면 뭔가 거창한데, 읽고 나면 "아… 그래서 암이 이렇게 정복할수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주식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한미약품이 상장을 준비한다면서 공모주 이야기가 나오길래 괜히 한번 찾아보게 됐다. 뭐하는 회사인가 찾다보니 "차세대 항암제"라는 단어를 찾게 되었고 역시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유튜브가 안내해준 이야기 한마당에서는 연일 KAIST니 어디 이름 모를 연구소니 하면서 "암 정복", "스스로 멈추는 암세포"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냈다. 듣고 있으면 희망적인 이야기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인지, 아니면 그냥 기대를 부풀리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희망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고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와중에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암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정복이 안 되는 걸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하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저자는 암을 단순한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하나의 "세포"이자, 더 정확히 말하면 진화하는 존재로 본다. 이게 핵심이다. 암은 그냥 갑자기 생겨서 몸을 망가뜨리는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계속 변이하고 경쟁하면서 살아남으려는 존재라는 것이다. (_자궁에서 부터 죽을때 까지 함께하는 그냥 세포라는 이야기다.)
읽으면서 새로운 컨셉은 암을 "배신자"로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원래 다세포 생물이라는 건 서로 협력하는 구조라고 한다. 각 세포는 자기 마음대로 증식하지 않고, 필요하면 죽기도 하면서 전체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암세포 이놈은 그냥 지마음데로다 정해진 규칙을 그냥 어긴다. 혼자 계속 증식하고, 죽지도 않고, 자원을 독점하려 한다. 말 그대로 "얌체 행동"이다.
제2장에서 나오는 이 "얌체"라는 표현이 참 아주 적절하다. 그냥 나쁜 세포라고 하기보다 규칙을 어기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존재라는 느낌이라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사람이나 세포나 비슷비슷한게 사회랑도 좀 닮아 있는 것 같고 (_회사사람들 몇몇 생각나기도하고 괜히 책 읽다가 자꾸 누군가가 떠오른다.)


암을 "왜 생기는가"에서 끝내지 않고 "왜 계속 진화하는가"까지 독자를 끌고 간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암세포는 증식 속도가 빠르고, 개체 수도 많다 보니 변이가 엄청 빠르게 일어난다. 그러니까 치료를 하면 할수록 살아남는 놈들만 남고, 그게 점점 더 강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읽으면서도 "우리가 지금까지 암을 상대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든 건 아닌가? 뉴스나 매체에서 항생제 남용하지 말라던데 이런게 이유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암을 완전히 없애려는 강한 치료가 오히려 내성 있는 암세포만 남기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제하는 방식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암은 무조건 없애야 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암이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생물에서도 암이 발견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더 큰 동물들이 오히려 암에 덜 걸린다는 내용도 나오는데, 이걸 보면서 "생명체 전체가 암과 계속 싸워온 역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_코끼리 너무 부럽네... 타즈메니아데블은 희안한 기전을 가지고 있어서 이건 안될꺼 같고 덩치큰데 암억제인자가 더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저명한 석박사님들이 해결해 주면 안될까 싶다..)
이쯤 되면 암은 단순한 병이라기보다,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그림자 같은 존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내내 느낀 건, 이 책이 기존의 의학서처럼 세세한 치료법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한 발 위에서, 전체 구조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디테일한 지식이 늘었다기보다, 이해의 틀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다. 암은 생각보다 단순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끝낼수 없는 관계, 큰 도움도 안되고 없어도 되는데 안없어지고 데리고 가야하는데 그렇게 싫을수가 없는 그런 존재 말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아직도 정복이 안 된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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