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 2 - 36명의 거장과 명화 속 숨은 이야기 은밀하고 난처한 미술 전시회 2
야마다 고로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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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대학교시절 능력 부족으로 끝까지 펼치지 못했던 꿈 때문인지, 나는 희안하게도 명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야하나 기분이 좋다고 해야하나. 괜히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그림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후딱 지나가서 행복하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 전시회나 미술전을 종종 찾아다니곤 한다. 언제나 명화가 있는 책은 나한테는 항상 반갑다. 특히나 단순히 그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들려주는 방식의 책은 너무너무 즐겁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한눈에 보이는 서양 미술사 연표와 인물 관계도는 정말 최고중에 최고다. 그동안 미술관련 책을 여러 권 봤지만, 이렇게 한눈에 흐름이 잡히는 구성은 거의 처음이었다. 마니에리즘이니 로코코니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구분이 잘 안 됐던 부분들이, 연표를 보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 심지어 징기스칸 사망이나 핼리 혜성 출현 같은 사건들이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아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 이런 그림이 나왔겠구나" 하고 연결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미술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흐름이 잡히는 느낌이라, 솔직히 이 구성 하나만으로도 책 값은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그림 하나하나에 붙어 있는 이야기들이다. 저자 "야마다 고로"아저씨는 단순히 작품 설명을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그림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화가의 삶, 그리고 그 시대의 분위기를 같이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_시대상이겠지만 약과 술이 난무하는 인생에서는 어디가 그림이지? 하는 미련하고 무지한 생각도 들긴한다. 인상파는 정말 쉽지 않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초기의 조토나 얀 반 에이크 같은 작가들을 보면, 왜 그 시기가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알것 같았다. 단순히 그냥 잘 그린 게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기풍?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반대로 마니에리즘 쪽으로 넘어가면 "왜 이렇게까지 그렸지?" 싶은 과장되고 뭘그린건지 모를 표현들이 나오는데, 책에서 설명을 보고 나면 그게 또 나름의 흐름이라는 걸 이해하게 된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중간중간 나오는 일본 특유의 설명 방식이었다. 딱딱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마치 옆에서 누가 "이거 왜 이러지?" 하고 묻는 느낌으로 풀어가는 방식인데, 이게 생각보다 몰입이 잘 된다. 뭐랄까 일본 예능방송에서 별표크게 그린 자막에 약간 친한 친구가 옆에서 같이 전시회 보면서 설명해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분량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이 주욱 읽을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인상파 이후 그림들은 예전부터 크게 와닿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 그림처럼 "와!!!!"” 하는 감탄이 나오기보다는, "음.......개성이 강하네"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전시회를 가더라도 자연스럽게 그 이전 시대 작품들 위주로 보게 됐던 것 같다. (_최근 마르크샤갈 작품전에 갔는데 우울하더라.. 블루.. 그레이 잘모르겠는데 느낌만 받고 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칸딘스키나 클레, 그리고 "청기사"나 "에콜 드 파리"로 이어지는 흐름을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서, 단순히 "이게 뭐지? 이상하다. 우울하다."라고 느꼈던 그림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왜 그런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무슨 시대였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고 나니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고민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 하나 신기했던건, 단순히 유명한 화가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위작 이야기나 스캔들, 인간적인 에피소드들도 꽤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런 음모론이나 시대가 녹아있는 에피소드는 너무 재밌다. 그냥 순수한 미술분야라 그런건 없을줄 알았는데 예술이라는 게 꼭 고상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있어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그림도 더 가깝게 다가온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음에 전시회를 가게 되면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유명한 그림이니까 본다, 책에서 본 그림을 실제로 본다가 아니라, "이건 왜 이렇게 그렸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괜히 옆 사람한테 아는 척 한마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_프레스코화가 말이지~하면서 이런 설명 하나쯤 알고 있으면 괜히 더 재밌다.)


이 책은 미술을 잘 아는 사람보다, 오히려 나처럼 "좋아는 하는데 잘은 모르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책이라고 느꼈다.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보고 나면 확실히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다.


오랜만에 전시회 하나 다녀온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전시회에서, 설명을 아주 잘해주는 도슨트를 만난 기분이라 주말을 알차게 보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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