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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콘티니가의 정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3
조르조 바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래된 고전은 이상하게도 읽기 전부터 약간의 긴장감? 기대?같은것이 있다. 이미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이야기하고, 해석해온 명작이라 그런지 읽어도 읽어도 읽을때마다 새롭기도 하고 새로운걸 발견한다고 해야하나 복잡 미묘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았다. 특히나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을 읽을때에도 조르조바사니의 명성과 그시절의 일상은 어땠을까 하는 기대와 동시에 파시즘이라는 시대상에 약간의 부담이 함께 따라왔다.
역시나 처음 몇 장은 솔직히 쉽지 않았다. 문장이 난해하다기보다는, 서술 방식이 묘하게 "애매하다? 흐릿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중심을 또렷하게 잡아주기보다는 기억 속을 더듬듯, 멀리서 바라보듯 서술해 나간다. 그래서 몇 번을 다시 읽었다. 한 번 읽고 넘기기에는 놓치는 감정들과 상황이 너무 많았고, 다시 돌아가 읽다 보니 그제야 이 작품의 방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_그래도 미콜의 등장신은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소녀의 여자주인공등장씬 못지 않게 설레고 감상적이며 직관적이었다.)


파시즘과 반유대주의라는 무거운 시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1938년 이탈리아의 인종법,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지는 비극적인 역사까지 분명히 그 중심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한가운데에서 직접적으로 전쟁과 이념을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균열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읽다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마치 영화 "우주전쟁"에서 외계인의 침공 장면을 정면으로 보여주기보다, 그로 인해 흔들리는 일상과 불안감을 따라가는 것처럼. 직접적인 충돌은 오히려 흐릿하게 처리되고, 대신 그 상황을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이 작품 역시 그렇다. 파시즘이라는 거대한 폭력은 배경처럼 존재하지만, 이야기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기억과 감정에 집중한다.

이 점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공감가고 빠져들게 만드는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코로나때 거리두기 마냥 표현하는 서술방식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듯 보인다. 실제로 작가 조르조 바사니 역시 유대인으로서 그 시대를 직접 겪은 인물이기에, 이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라기보다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의 층위에 가깝게 느껴진다.(_그런 시기를 겪고도 왜 이렇게 전쟁을 하는건지.. 이스라엘은 어디까지 갈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그래서인지 요즘 소설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과 다르게 작품 전반에 흐르는 감정은 격렬함보다는 잔잔한 슬픔에 가깝다. 핀치콘티니 가문의 정원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현실과 단절된 장소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의 시간은 어딘가 멈춰 있는 듯하고, 등장인물들은 다가올 미래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 등장하는 묘지와 상반된 느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둘다 전쟁터의 다른 묘사처럼 느껴졌다.


전쟁 서사시나 남겨진 사람의 에세이 또는 시대극인줄 알고 읽어 갔지만 다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전쟁상황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인의 사라져버린 시간을 애도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그래서 더 조용하고, 더 느리고, 더 애매모호하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꼭 책의 마지막에 실린 해설과 에필로그를 읽어보길 추천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본문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덮어버리기 쉬운데, 이 책만큼은 꼭 끝까지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숨겨진 이야기가 따로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반전이나 미처 몰랐던 설정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설과 에필로그는 이 작품을 한 번 더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읽는 동안 막연하게 느꼈던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거리감, 그리고 작가의 시선이 조금 더 또렷해진다. "아, 그래서 이렇게 썼구나" 하고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운이 깔끔하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전히 많은 부분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하지만 그 애매함 자체가 이 작품의 방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상태로 받아들이게 된다. 완전히 설명해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아버리지도 않는 느낌이다. 둘이 만났을까? 분명 봤을텐데 모른척했을까? 이런 이야기도 작가가 아니라 해설의 측면에서 작성해둔거라 꼭 읽어봐야하는 내용이다.
결국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넘기기 힘들었던 책장이, 마지막 해설까지 읽고 나서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험. 그런 점에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고전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빠른 전개나 명확한 메시지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초반에서 쉽게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읽는 것을 즐기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의미를 찾아가는 독자라면 분명 깊게 남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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