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 보호받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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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곳간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작년에 모먼트작가의 시집을 도서관에서 읽은 적이 있다. 표지가 왠지 청춘연애물 같은 느낌이라 혹해서 집어 들었는데 생각보다 무겁고 진중해서 기억이 남았었다. 그동안 공동 시집이나 에세이, 시집 형태의 글을 많이 써서 소설을 쓰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문장 자체는 분명 섬세할 거라 생각했지만,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들지 기대가 되었다.

시에서 느껴지던 감정선이 이야기 속에서도 살아 있을지도 기대되고 말이다. 읽다보니 단순히 인생의 서툼에서 오는 불안이나 슬픔만을 늘어놓는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거운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작은 등불 같은 희망을 남겨두는 이야기였다.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제목만 봐도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겠지..했는데 읽다 보니 그 의미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사회가 잘 보지 않으려 하는 현실, 혹은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의 삶을 가리키는 말처럼 들렸다. 이야기는 주인공 지안이 중학생 시절 친구 은주의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을 목격하면서 시작되는데 은주의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 때문에 은주는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떠안게 되고, 그 시선은 학교와 주변 사람들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죄는 한 사람이 지었지만 벌은 가족이 함께 받는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다.(_아.. 이놈에 연좌제 제국시대냐..)




이 사건 이후 지안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하게 된다. 소설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전단지를 떼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된 학생, 가족을 지키려다 가해자가 되어버린 사람, 사고 하나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가장 같은 이야기들이다. 법적으로는 "가해자"라고 불리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있다.(_초코파이 하나 먹고 변호사비만 1000만원 나왔다는 사건이 더 소설같은 현실이 안타깝다.)


예전에 복지관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복잡한 사정들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에 나오는 장면들도 괜히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작가가 조사를 많이 한 건지, 아니면 비슷한 경험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


여기서 작가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사건 자체보다 그 일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과 이후의 삶을 더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읽는 동안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한국의 문제인가? 정치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고민해보다가도 해외사례를 또 보다보면 그래도 한국이 낫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직 멀었나싶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블부블부 해서 가볍게 쭈욱~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중간중간 답답하게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고, 현실이 너무 냉정하게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그런 부분이 오히려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세상이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는건 아니니까 ...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까지 비교적 시간이 좀 걸렸다.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작성하는건데 마음도 머리도 정리가 안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해 왔을까.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단 한 번의 사건으로만 이해하려 했던 적은 없었을까라는 자기반성과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이 책은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을 것 같다. 화려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조용히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왜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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