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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살아있는 생각 ㅣ 라 클래시크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평점 :
인디캣책곳간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인생이 빡빡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문과가 아니라 이과라서일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인문학과는 애초에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이다. 철학책이나 무슨무슨 주의 같은 단어만 들어도 왠지 어렵고, 두껍고, 읽다가 졸 것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내가 19세기 철학자 책을 읽게 되었을까. 그놈에 BTS가 화근이었다.
어느 날 BTS의 노래를 듣다가 이런 이야기를 접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멤버들이 독서나 그림, 분재 같은 소박한 취미를 즐기며 균형을 찾는 모습이 현대판 소로의 모습과 닮았다는 이야기였다. "소로가 누군데?"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과학자나 아티스트인가? 솔직히 몰랐다.
그래서 구글님한테 여쭤보았다. 줄줄이 나오는 책들이 어마어마하다. Walden, Civil Disobedience, 그리고 걷기, 케이프 코드 같은 책들까지. 목록을 보는 순간 개똥철학같은건가?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훌륭하신 분들이(간디, 루터킹 등등등) 읽으셨다는데 그래도 분량도 많고 내용도 보통이 아닐것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소로의 삶 전체를 이야기처럼 풀어낸 책이 아니다. 그의 방대한 글들, 특히 월든과 시민 불복종을 비롯한 에세이와 일기, 편지에서 핵심 사상과 문장만을 골라 엮은 철학책이다. 소로의 생각을 농축한 정수? 정도 될것 같다. 그것도 20세기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인 Theodore Dreiser가 직접 픽해서 썼다고하니 굉장하다.
구성도 이야기 흐름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 인간, 도덕, 정치, 감정, 예술, 죽음까지. 총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소로의 삶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마음에 드는 부분을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되는 구조다. 두꺼운 월든을 처음부터 읽기 부담스러웠던 사람이라면 훨씬 쉽게 소로아저씨와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책이다.


읽기 전에는 조금 뭐랄까.. 고민이 있었다. "숲속에서 자연과 함께 우리 자연인이 되자"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나 같은 속세에 찌들은 인간은 이해 못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그런 느낌이 잠깐 있었다.
소로는 인간이 문명 때문에 너무 복잡해졌다고 말한다.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유하고, 그 물건을 유지하기 위해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진짜 자유는 욕망을 줄일 때 온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실제로 월든 호숫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생활했다. 엿새 일하고 하루 쉬는 세상의 규칙 대신, 엿새 사색하고 하루 일하는 삶이 가능한지 스스로 실험한 것이다.(_와.. 찐부자인가 이런생각은 우리 접어두자.)
"이거 사회 부적응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하고, 돈 벌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계속 읽다 보니 그가 말하려는 핵심은 "숲으로 도망가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말하는 숲은 실제 장소라기보다 삶의 태도였다. 우리는 물건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물건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 즉 "생명 비용"이라는 개념은 특히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최신 스마트폰 하나를 사기 위해 내가 며칠의 인생을 노동으로 써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꽤 현실적인 이야기다.


"어느 날 새해가 밝았는데도 아무런 다짐 하나 품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때가 바로 마음이 늙어버린 순간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조금 뜨끔했다.
우리는 정보는 넘치게 얻고 있지만 정작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서툰 시대에 살고 있다. 검색은 빠르지만 지난일을 뒤돌아보는것은 많이 느리다. 소로가 말한 지혜는 바로 그 자아성찰에서 나온다.
책을 읽으며 계속 BTS가 떠올랐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꾸준히 말해 온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라는 이야기. 소로가 말한 철학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로는 우리에게 묻는다.
"남들이 정한 속도에 맞춰야 할 이유가 있는가?"
사과나무가 빨리 자라야 할 이유가 없듯이, 사람도 각자의 리듬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박자에 맞추기보다 자신에게 들리는 음악에 맞춰 걸어가라고 말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속세 인간이다. 숲속 오두막에서 살 자신도 없고, 스마트폰 없이 살 자신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주말 하루, 아니 몇 시간 정도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천히 생각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자극적인 숏폼 영상과 끊임없는 알림 속에서 정신이 산만해진 요즘, 소로는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박자에 맞춰 걷고 있는가?"
속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이 질문은 꽤 오래 남는다.


인생이 너무 바빠서 숨 돌릴 틈이 없는 사람에게, 그리고 잠깐이라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주말 오후 몇 시간 정도,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각자의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월든" 하나쯤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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