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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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책 표지를 보라~ 녹색의 찬란하고 화려한 내주식은 아니지만 우상향을 갈것 같은 긍정의 녹색이 모든것을 휘감은 엔비디아다. 깐부회동으로 비주류였던 깐부치킨을 일황의 자리에 올려놓은 주최인 옆집 아저씨같은 젠슨 황 아저씨의 회사 엔비디아는 표지만 봐도 흐믓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작가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로서 AI 팩토리 구축을 주도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더욱 신용하고 너무 궁금한 책이다. 그래도 "네카라쿠배" 엔지니어라면 한번쯤은 꿈의 직장으로 생각하며 도전해봤을 생각하며 NVIDIA를 이끌어온 황씨 아저씨는 무엇을 가지고, 어떤 결정을 해서 여기까지 올수 있었는지 엔지니어였던 한 사람으로서 흥미 진진하게 읽어나갔다.


작가 설명을 보면 알겠지만 시작은 쌍용정보통신의 엔지니어였을지라도 머릿속은 이미 엔지니어에서 멀어지고 관리자 마인드가 탑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읽는 내내 군주론이 떠올랐다. 소비자나 엔지니어, 실무자의 기준이 아니라 "대표는 이렇게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반복했기 때문이다. 다소 거칠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우직함. 좋게 말하면 신념, 다르게 말하면 집착과 융통성없음이 엔비디아를 있게 만든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시작하자 마자 엔비디아가 파산 30일 전까지 몰렸던 시기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파산 30일을 남겨두고 모든 투자를 버리고 변화를? 혁신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까? 결과적으로 성공했기에 지금 책으로 남은 것이지, 실패했다면 그냥 사라졌을 것이다. 이런 회사가 한둘이지 않았을것이다. 지금 성공했기에 모든 선택이 선견지명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강한 의심도 솔직히 들었다.


7년 동안 재무제표를 갉아먹었다는 CUDA를 왜 끝까지 붙들고 있었을까? 처음부터 과감히 버리고 다른 길을 갔다면 더 빨리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왜 하지 않았을까? 파산 직전까지 끌고 가서는 무슨 노력을 했다고 말할수 있는거지? 다른 파산 기업들은 노력을 덜 해서 무너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집착과 승리는 종종 함께 가긴하지만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결과론적 서사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재미진 이유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젠슨 황이라는 인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의 기록이다. 매 분기 젠슨 황과 마주 앉아 미래를 설계했던 저자의 경험은 기업 홍보용 스토리와는 결이 다르다. 이미 퇴사했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열띤 회의의 분위기, 치열한 판단의 과정, AI 팩토리를 구축하며 한국 시장을 설득했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나는 NVIDIA라고 하면 가장 먼저 GeForce가 떠오른다. 데스크톱 PC에서 게임을 하기 위한 그래픽카드(_디아블로2만 아니었어도.. 내인생이...) 그 정도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 회사가 어떻게 세계 시가총액 최상단에 오르게 되었을까? 왜 NVIDIA의 실적이 세계 주식시장의 향방을 흔드는가?


엔비디아는 처음부터 그래픽카드 회사로 머물 생각이 없었다. GPU를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미래 컴퓨팅의 핵심으로 보았고, 없는 시장에 베팅했다. "0조 원 시장"에 올인하는 전략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깃발을 꽂는 리더십과 그래픽카드를 병렬연산에 활용하며, 그것을 AI와 데이터센터의 중심에 둔 발상은 전형적인 시장 추종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은 선실행 후보완이다. 많은 고민 후에 조심스럽게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보이면 실행하며 보완하라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잘못을 드러내고, 지적 정직함을 조직의 문화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것이다. 보고를 미화하거나 실수를 감추는 순간 조직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옥을 거대한 커피숍처럼 설계한 이유도 흥미롭다. 회의실 안의 보고가 전부가 아니라, 시끌시끌 웅성웅성하는 스몰토크에서 진짜 정보가 흐른다고 믿었으며 나의 말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간게 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12장 "젠슨 황에게 직접 배운 7가지 교훈" 중 "당신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지적 겸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최고경영자임에도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전제하는 태도는 참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 문장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만든게 아닌가 한다.


PART 2에서는 미래 시나리오 이야기가 나온다. 워낙 유튜브든 뉴스든 요즘 핫하긴 핫한 이야기지만 AI 인프라, 디지털 트윈, 인퍼런스 시장, 그리고 AI 팩토리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개인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특히 6장에서 다루는 "직업의 종말인가, 진화인가"와 "문과와 이과의 경계 붕괴"는 짧지만 앞으로 학생들은 어떤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직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재설계되고, 학습 속도가 곧 생존 속도라는 주장속에서 AI를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올라타야 할 말로 비유한 대목은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지만 역시나 설득력이 있었다.


2025년 10월 30일, 황씨 아저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의 깐부치킨에서 "치맥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은 뭔가 상징적이었다. AI 반도체 공급과 기술 협력을 논의한 비공식적인 깐부동맹 자리였고, 그것이 젠슨 황의 딸이 기획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며 화제가 되었다. 기술 패권 시대에 CEO들은 더 이상 사무실 안에서만 전략을 짜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것 같았다.(_현실의 친숙함도 줄려는 뉘앙스였다.)


칩 워, 지정학,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까지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메모리 강국 한국이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어떻게 파트너로 살아남을 것인지와 HBM 전쟁, 타임 투 마켓, 인재 전쟁이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남들 다가지고 있는 엔비디아 주식이 하나도 없는 나에게는 안타까운 현실만 더 크게 느끼게 해주었다. 단순히 그래픽카드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가속 컴퓨팅과 AI 인프라의 중심에서 생태계를 설계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과거의 나에게 왜 안샀냐고 화를 내고 있었다. (근데 1장이랑 중간에 한번만 녹색으로 요약이 있고 나머진 없는데??? 이상하내 작가가 INSP인가?)



엔비디아 DNA는 성공 스토리라기보다는 (_음.. 살짝 결과론적인 관리자의 성공 스토리도 조금 있긴 하지만) 판단의 기준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무엇을 많이 아는가보다, 언제 판돈을 올리고 언제 틀렸음을 인정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실행을 미루지 않는 조직 문화, 실패를 다루는 태도, 그리고 두려움 대신 속도를 선택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참된 CEO가 아닌가 하는 뭔가 국부론적인 이야기이다.


나는 여전히 이 책이 결과론적 서사라는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하겠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당신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문장을 먼저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책인것 같다.

엔비디아 주주라면, 혹은 AI 시대의 흐름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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