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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논점 2026-2027 - 미래 생존 시나리오
오마에 겐이치 지음, 이정환 옮김 / 여의도책방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사람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솔직히 썩 유쾌하진 않았고 좀 불편하고 불쾌했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겨울왕국2를 기대했지만 코로나를 맞이하였고 연일 유튜브에서는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난리도 아니었을때 한국은 “국가 품격이 낮다”, “법치국가가 아니다”라는 식의 강한 표현을 내리 꽂아서 논란이 되었던 사람. 그때는 그냥 또 관심받아서 정치할려하는 한 명의 일본 극우 정치준비생인가 싶었다. 그냥 정치인이라는 취업에 성공해서 살아갈려하는 감정적으로 목소리만 내지르는 평론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력을 들여다보면 또 희안하다.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도쿄공업대를 거쳐 MIT에서 수학했고, 3C 분석(Customer, Competitor, Company)으로 유명한 글로벌 전략 전문가로 입지가 있는거 같다. 책표지에서 설명하는것 처럼 "세계 5대 경영 구루"라는 수식어까지 붙는다. 솔직히 그 표현을 처음 봤을 때는 "아시아 대표로 하나 준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전문가가 한둘이 아닐텐데 누가 왜 뭐때문에 이사람한테 준거지? 협회대표인가? 아니면 세계8대 불가사의 처럼 그냥 다들 다른마인드로 만들어진건가? 하다가 알고보니 정치인도 아니다. 1995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도 있다. 정치를 오래 해본 사람도 아니고, 정치권 인맥과 자신의 부에 대해 은근 계속 내비추는게 진짜 꼰대는 꼰대다.
나는 이 사람이 개인적으로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이책을 선택한건 단순한 이유다.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왔고, 특히 출산율과 부동산, 농업 구조와 산업 경쟁력에 대해 그는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적어도 자기네 나라이야기는 경영·경제 전략 전문가니까 구조를 짚어내는 눈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목차를 보는 순간부터 양은 엄청많다. 동사무소에 온 진상민원인처럼 진짜 별에 별 불만이란 불만은 한가득이다. 일본 정치, 헌법 개정, 농협과 쌀 파동, 출산율 0.96, 교육 개혁, 원전 재가동, 디지털 후진성, 자동차 산업 재편, 사케 산업, 오사카 엑스포 문제까지 이어지더니 2부에서는 트럼프, 우크라이나, 중국 부동산 버블, AI 패권 전쟁, 독일과의 생산성 비교로 엄청나다. 목차만 읽어도 이미 한 권의 요약 같다. 이 정도면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 구조 분석이나 인공지능으로 오늘의 이슈 모아온거 같다. 날카로운 대안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쭉 읽어나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는 내내 불편했다.
첫 장부터 다카이치 총리가 어릴 적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의 별장에 놀러 왔다는 개인적 일화로 시작한다. 정계 인맥을 과시하는 듯한 어조에 별장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부 역시 언급하고 있다. 내내 책속에 이런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치권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그 내부를 잘 안다는 식으로 반복된다. 정치를 직접 책임져 본 사람도 아니면서, 현장의 타협과 계산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태도가 계속 짜증이난다. 모든 챕터가 그냥 자기 생각이다. 비평가니까 자신의 생각을 쓰는거지만 사실검증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대응책이나 해결책이 없다. 그냥 뭐가 맘에 안든다. 이래서 안된다. 비난만 있고 열심히 행동한 기업이나 사람들의 수고는 안중에도 없이 "이게 안돼?" 이런식의 전개이다.
영토 문제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더 당황스럽다. 영토에 집착하는 우익이라며 우익을 비평하는것 같지만 가치가 없는 독도도 원래 일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다가 전후 하토야마 이치로 내각 때 한국이 점령했다고 한다. 하토야마 이치로가 1952년 제25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로 정계에 복귀했으니까 1954년부터 1956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보수 정치를 이끌었다고해도 전쟁이후에 반납한거다 원래 우리꺼다 이말인데 그럼 미국한테 저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맞었으면 일본은 미국 땅아니냐 이런식인데 어이가 없다. 모든 책의 챕터가 이런식이다 근거가 없다 불만만 한가득에 불마에 대해 해결책도 없다. 이런식의 인상을 남기는 서술은 설득력이 약하다.


쌀 파동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더 큰 의문이 든다. 뭐 말만하면 뒤로갈수록 쌀값이 비싸져서 그렇다. 농협이 문제다 농협과 농민, 어민이 자신의 이익수호를 위해 국민을 사지로 몰고있다. 난 참 이상한게 정치인은 정치가 직업아닌가? 처음에 언급한 다카이치도 정치인이 당선되는게 목표인데 왜 당통합을 하고 지략을 새워 표를 끌어모으면 안되는건가? 아무리 완벽한 정치이념이라도 자신이 골방에서 책만 쓰는사람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방구석 키보드워리어말고 정말 일본을 바꾸고 싶다면 발로 뛰고 전재산을 넣어서 일딴 정치인이 되고 변혁을 이루면 되는거 아닌가?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도코공업대학을 지나 MIT까지 갔다왔다면 머리가 나쁜건 아닐텐데 왜 방구석에서 비난만 하고 있는걸까? 쌀로 돌아가서보자 "수입쌀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버려라" 맛있다 미국, 호주 쌀수입하자 국민이 싫어해서 수입하도 안사먹는다는데 아니다 품종이 오시히카리다 일본품종이다 뭐 말도 안되는 억지를 정말 사실검증 하나도 안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가득한다. 품종 구분, 생산 방식, 물류 비용, 품질 차이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는 하나도 없다. 소비자가 단지 편견 때문에 외면한다는 식의 단정은 너무 단순하다. 농협을 비판하는 것도 좋다.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다"라는 말은 많고,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엄청큰 모터로 논에 물을 대고 규슈크기만한 땅에서 농사짓는다 뭐 이런 소리를 어디 인터넷에서 찾아봤는지 누구한테 들었는지 모를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저자가 책속에 언급한 미국 칼로스쌀은 오시히카리 아니고 자포니카 품종이고 호주 쌀 15년을 먹었는데 다부서지는 썬라이즈쌀이고 호주는 머리-달링 분지에 빅토리아에서도 하지만 그냥 비행기로 파종하고 대충 지어서 쌀도 받아보면 거의 반으로 부서진게 대부분인데 역시 품종도 자포니카 계열의 중립종이다 아니 먹어는 봤는지 모르겠네 뭐 다 이런식이다.
자동차 산업 재편을 다루며 혼다와 닛산의 통합이 무산된 것을 두고 "이해관계와 사풍 차이 때문"이라고 정리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기업 문화, 기술 포트폴리오, 글로벌 시장 중복, 노조, 자본 구조, 전동화 전략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는 수없이 많다. 동네 가게 하나 합치는 데도 이해관계 조정이 복잡한데, 세계 3위 그룹 탄생을 전제로 한 논의를 이렇게 단순화하는 건 너무 어이없이 가벼울 뿐이다.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계속 생긴다. 이 책은 정책 제안서라기보다는 불만 모음집에 가깝다. 정치인을 비판하고, 관료를 비판하고, 농협을 비판하고, 교육부를 비판하고, 기업을 비판한다.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흐릿하다. 비판은 날카롭지만, 실행 설계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결국 표를 얻어야 움직인다. 이상적인 정책도 권력을 잡지 못하면 실현되지 않는다. 정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타협을 비난하는 건 쉽다. 정말 바꾸고 싶다면 직접 뛰어들어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와세다, 도쿄공대, MIT까지 거친 머리라면 전략적 설계도까지 제시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책에서는 분노와 단정이 먼저 앞선다.(_계속 반복하는데 와세다대 쉽지 않지 않나?? 이런사람이??)

그래서 내 평가는 솔직히 부정적이다. 매우 매우 부정적이다. 근거가 약한 주장, 역사 인식의 편향, 사실 검증이 부족해 보이는 사례들. 매 페이지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극우 성향의 민간인이 읽으면 통쾌할 수는 있겠다.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라고 확인받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혹은 앞으로 정치를 해보고 싶은 사람이 비판의 언어를 배우는 참고서처럼 읽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소한 비판을 하려면 근거와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문제 제기만으로는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시각이 일본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 일본이 지금 이런 논쟁을 겪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어디에나 정치병에 걸린 사람은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읽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세계 5대 경영 구루’라는 말에 혹해 읽었지만, 내게는 매 장이 의문을 남긴 책이었다. 정책서라기보다는 한 평론가의 불만과 확신이 빼곡히 적힌 기록에 가깝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비판은 쉽지만, 책임 있는 대안은 어렵다. 그 차이를 선명하게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_이렇게 서평을 길게 쓰게 만든것만으로도 성공한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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