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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 - 천문학자가 바라본 우주와 인류의 발자취
조앤 베이커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2월
평점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다 읽고 한시간이 지난 지금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다. 책표지에는 “천문학자가 바라본 우주와 인류의 발자취”라고 적혀 있어서 좀 더 감성적이고 인류애가 가득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밤하늘을 새벽까지 바라보며 망설였던 그많은 시간들,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위로 같은 감수성 울리는 그런것을 상상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매 페이지가 지식의 향연이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음미하는 에세이라기보다는, 달 이야기하다가 태양 이야기로 넘어가고, 거기서 다시 신화와 역사, 과학과 사진, 철학과 문학으로 확장되는, 그야말로 우주적 스케일의 정보 폭격이었다.
거의 10일에 걸쳐 하루 2~3시간씩 읽었다. 한 번에 쭉 읽기에는 머리가 버거웠다. 마치 저자가 “이것도 알아야 해, 이것도 중요해, 이것도 놓치면 안 돼” 하며 내가 모르는 모든 별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달의 신화에서 시작해 일식과 월식, 천문대의 위치, 우주 비행사의 카메라, 화성 탐사의 역사, 외계 생명체 논쟁, 은하와 블랙홀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책이라는 것이 꼭 외우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지식은 언제나 즐겁다. 문제는, 새로움이 너무 많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런 게 있었어?”, “그게 이거였어?”라는 감탄이 계속 눈을 자극한다.(_아우 내 안구건조증) 잘 모르는 과학자, 교수, 전문가들의 이름이 계속 등장하고, 그들이 남긴 이론과 논쟁이 이어진다. 사전지식이 충분했다면 더 수월했겠지만, 나는 그저 따라가기 바빴다.
묘하게도 이 책은 읽는 내내 기름 냄새 같은 것이 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종이 냄새와 잉크 냄새가 섞인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상상한 우주의 냄새인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인터넷에 찾아보기까지 했지만 아무것도 못찾았다. 달과 태양에서 시작해 화성과 태양계로, 그리고 다시 우주와 인간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책표지의 우주먼지 지웅배님이 말한것 처럼 천문학자의 졸업앨범 같았다. 그가 사랑해 온 별과 이론, 논쟁과 탐사의 흔적을 한 권에 모아둔 기록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에 대한 설명과 블랙홀 이야기였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밤의 어둠이 사실은 우주의 팽창과 시간의 한계, 빛의 속도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은 "하하하, 엄청난 이론이 있었내" 정확하게 수식으로 이해는 안가지만 감으로 뭔가 그런거야?? 생각하며 멍한 느낌이었다. 블랙홀 역시 막연히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괴물 같은 존재로만 알고 있었는데, 현대 물리학이 풀어낸 설명을 읽으며 그 존재가 오히려 우주를 이해하는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다루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세계의 복수성이 받아들여지는 과정, 다른 별에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논의는 언제 읽어도 설렌다. 한때 한참 평행우주, 메타버스에 빠져서 영화, 소설을 엄청 봤었는데 무한에 가까운 우주에 우리만 존재할 리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진짜로 외계 생명과의 조우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달과 태양은 한때 신들의 영역이었고, 인간은 그것을 숭배했다. 하지만 과학은 그것을 인간의 공간으로 끌어내렸다. 그렇다고 해서 신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우리는 이제 달의 구성 성분을 알고, 태양의 핵융합을 이해하며, 화성 탐사선이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올라온다.


20대까지만 해도 밤하늘을 보며 이유 없이 감상에 젖어들곤 했다. 어디서 줏어들은 별자리도 찾아보면서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닌, 설명하기 어려운 울컥함. 이 책을 읽으며 그 감정을 다시 만났다.
우리가 별의 먼지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수십억 년 전 폭발한 별의 흔적이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
그 거대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하루는 1초도 되지 않겠지만, 그 1초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생각.
이 책은 그냥 읽으면 읽힌다. 문장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담고 있는 세계가 방대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천천히, 여러 번에 나누어 읽었던것 같다.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지 않을까?. 별을 향해 걸어가듯, 여행하듯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주 속 어딘가를 함께 다녀온 느낌이 든다.
분명 즐거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만만한 책은 아니다. 우주라는 주제 자체가 워낙 거대하고, 다루는 영역도 과학·철학·신화·문학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별을 꿈꾸는 사람, 별을 사랑하는 사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유 없이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바로 당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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