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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의 다시 만난 고대문명(이집트) ㅣ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2
곽민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나 책을 받아보고 택배봉지를 뜯어 볼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수 없는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포토카드가 있다고 해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책을 펼치기도 전에 살짝 아쉬움이 먼저 찾아왔다. 제발~제발~ 털복숭이!!! 하면서 은근히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 선생님이 앉아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막상 손에 쥔 것은 지혜의 신 토트였다. 물론 토트 역시 상징적으로는 더없이 어울리는 존재지만, 괜히 “아, 작가님 사진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소소한 아쉬움이 남았다.
(_버프"이집트에 대한 사랑과 지식이 대폭상승한다 +1000을 못받았네")
그래도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그런 아쉬움은 금세 사라졌다. 고대 이집트라고 하면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영화였다. 갓 오브 이집트의 화려한 신들, 미이라의 모험과 저주, 스타게이트의 SF적 상상력, 십계와 클레오파트라가 만들어낸 장대한 스케일. 사막과 피라미드, 미라와 신비로운 의식. 이집트는 늘 그렇게 이미지로 먼저 소비되는 문명이었다.
하지만 곽민수의 다시 만난 고대문명(이집트)은 그 익숙한 이미지를 바꾸어 놓았다. 대신 고고학과 문헌,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실제의 이집트를 보여준다. 신비롭고 기이한 문명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 구조, 권력 체계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던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서의 이집트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것은 문명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묻는 시선이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배웠던 4대 문명이라는 구분이 사실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근대적 시각 속에서 정리된 분류라는 점은 생각의 틀을 흔들어 놓는다. 문명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문명인가, 아니면 잉여를 창출하고 그것을 낭비할 수 있을 때 문명이라 부를 수 있는가. 거대한 건축과 종교 체계, 예술과 상징은 결국 그런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는 설명은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리고 매 챕터마다 시작전에 오리엔테이션이라고 그장을 요약해서 설명해주는 부분이 너무 상냥했다 그부분만 분홍색으로해서 다시 찾아볼때 쉽게 찾을수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나일강이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는 말이 단순한 교과서 문장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규정하는 사실임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규칙적인 범람과 세 개의 계절, 검은 땅과 붉은 땅이라는 대비는 자연환경이 곧 세계관이 되고 종교가 되고 정치 질서가 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한다. 이집트인들이 강한 자국 중심성을 보였던 이유 역시 그 안정된 자연환경 속에서 형성된 확신과 자부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헤카라는 개념을 통해 드러나는 질서의 힘, 헬리오폴리스 신화가 구성하는 우주관,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파라오. 파라오는 단순한 전제 군주가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였다. 이름과 상징, 의례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이집트 사회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정교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거대한 건축물이나 신화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서기관과 장인, 여성의 삶, 귀족과 총리의 역할까지 조명하며 이집트를 ‘사람이 살아간 사회’로 그려낸다. 미라 역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이해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철학적 깊이를 지닌다. 피라미드는 허영의 상징이 아니라 조직력과 기술, 신념이 결합된 집합적 산물이었다. 투탕카멘의 이야기도 저주의 전설이 아닌 역사적 맥락 속 인물로 재해석된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을 덮은 뒤 영화 속 장면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화려한 특수효과 뒤에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의 삶이 함께 떠오른다. 신화로 소비되던 이미지가 역사적 이해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곽민수작가? 소장??은 어린 시절 카이로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이집트를 인생의 반려자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발굴 경험, 한국에서 이집트학을 알리려는 노력까지, 그의 여정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진지한 학문적 열정의 결과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과장이나 신비화 대신, 오랜 시간 축적된 연구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고대 이집트는 더 이상 막연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며 질서를 만들고, 신념을 체계화하고, 수천 년 동안 사회를 유지해 온 구체적 사례다. 이 책은 우리가 좋아해 온 이미지와 실제 역사 사이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좁혀준다.
처음에는 토트가 나온 포토카드가 아쉬웠지만,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상징처럼 느껴진다. 지혜의 신이 이 책의 문을 열어 준 셈이니까. 이제는 영화 속 이집트가 아니라, 역사 속 이집트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값지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