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와 40인의 괴짜들
김용태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평점 :
인디캣책곳간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제는 유치원아이들도 AI가 뭔지 아는 시대가 온것같다.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코딩이나 데이터분석만 하면서 관련서적만 찾아보다보니 참 인공지능의 근본?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코딩, 빅데이터 분석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자주 묻는다. “선생님, AI는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하게 된 거예요?”, “챗GPT 같은 건 원래부터 있었던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들이다. 몇년전만해도 폰노이만만 알면 대충 버무려서 설명해주면 되었는데 학생들의 질문은 갈수록 날카롭고 구체적이 되어가는것 같다. 수업 시간에는 모델 구조나 간단한 원리를 설명하지만, 설명을 하다 보면 나 스스로도 기술보다 ‘이 흐름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더 잘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AI와 40인의 괴짜들』이라는 제목과 목차를 보고, 이건 교재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읽고 수업 이야깃거리로 풀어내기 좋은 책이겠다는 느낌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40인의 괴짜들이라고 해서 한명한명마다 어떤일을 했는지 설명하는 책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과거부터 역사적인 흐름으로 서술하며 각장의 마지막에 에필로그로 등장한 괴짜?의 업적을 정리하는 식의 전개이다. 물론 처음부터 AI를 대단한 기술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하는 기계”라는 다소 순진한 꿈에서 출발해, 왜 그 꿈이 번번이 오해와 실망으로 이어졌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튜링 테스트, 다트머스 회의, 퍼셉트론 같은 이야기는 수업에서도 한두 번씩 언급하던 내용이지만, 이 책에서는 결과보다 당시 연구자들의 기대와 착각, 그리고 시대적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학생들한테 이렇게 설명하면 훨씬 와닿겠구나’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기술은 맞았지만 세상이 준비되지 않았던 시기, 혹은 기대가 기술을 앞질렀던 시기가 반복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내용중에 주의 깊게 본것은 퍼셉트론, 딥러닝, 트랜스포머는 각각 따로 떨어진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긴 역사 안에서 서로 이어져 있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왜 지금의 AI가 가능해졌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뭔가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디셉티콘 느낌도 나는데 헐리우드에서 AI기술발전역사에 관한 영화라도 만들어주면 흥미진진할것 같은데 아니면 넥플렉스나 BBC에서 몇명을 주제로 한편씩 만들어주면 좋을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았다. (퍼셉트론은 인간의 뉴런을 흉내 내어 인간의 사고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실제로 퍼셉트론은 선형적으로 구분 가능한 문제는 꽤 잘 해결했기 때문에, AI의 첫 불꽃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곧 XOR 문제라는 벽에 부딪혔고 단층 퍼셉트론으로는 XOR 같은 비선형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AI 겨울이 오고야만다, 결론적이지만 퍼셉트론이 실패한 이유는 아이디어가 틀려서가 아니라, 시대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딥러닝이 성공한 이유는 새로운 발명 하나 때문이 아니라 환경과 기술이 맞아떨어져서 아닌가한다. 트랜스포머 역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혁신이 아니라, 신경망이라는 오래된 개념이라 여러가지가 합해져 만들어진 결과가 아닌가 한다.)

중반부로 갈수록 AI의 ‘긴 겨울’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지금의 한국 AI 정책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 정부 차원에서 AI 인재 양성, 대규모 투자, 국가 경쟁력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기대와 구호가 있었고 그 끝이 항상 장밋빛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신경망을 끝까지 붙들고 있던 사람들, 전문가 시스템의 한계를 몸으로 겪은 연구자들의 이야기는 기술 발전이 정책이나 유행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수업 시간에 핸드폰카메라에서 사람얼굴은 인식하는것도 인공지능이다라고 몇번 말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로만 하던 내용을 역사를 통해 알수 있었다. 그래서 퍼셉트론, 딥러닝, 트랜스포머는 각각의 유행어가 아니라 하나의 긴 이야기로 봐야 한다. 지금의 AI는 단절이 아니라 축적의 역사 위에 서 있고, 이 점을 이해할 때 현재의 AI 붐도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딥러닝, 트랜스포머, LLM 이야기는 알렉스넷 이후의 변화, 그리고 트랜스포머가 등장하며 언어 모델의 판이 바뀐 과정은 단순한 기술 설명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아이디어와 컴퓨팅 환경, 데이터의 축적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LLM이 ‘마법처럼 갑자기 생긴 존재’가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진 실패와 집념의 산물이라는 점은 잘 기억하고 있다가 수업에서 꼭 강조하고 싶어졌다. 요즘 학생들이 챗GPT를 너무 당연하게 쓰는 걸 보면, 이 맥락을 한 번쯤은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한번에 읽을수 있을만큼 잘쓰여진 글솜씨로 다시 책에 대해 생각 해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인류는 어디쯤 와 있는가?'였다. 현재의 AI 붐과 정부 정책, 산업 경쟁 구도는 과거 AI 역사 속 장면들과 닮은 부분이 많다. 다만 이번에는 트랜스포머와 LLM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른 국면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중요성을 과장하지도, 가볍게 소비하지도 않으면서, 기술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모든 답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행동하는 순간 또 다른 겨울이 올 수 있다는, 조용하지만 가볍지않은 말을 하느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AI와 40인의 괴짜들은 AI를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AI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 기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말한다. 전문적으로 AI를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사람, 정책이나 산업 흐름을 읽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책이고,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교사,강사에게는 수업의 배경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흥미로운 점은, AI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AI 잘 몰라요'라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AI를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괴짜들의 집념과 실패담을 들려주다가 어느새 AI 이야기로 빠진다. 마치 사람 이야기인 줄 알고 읽었는데, 다 읽고 보니 AI였다는 느낌이다. AI 때문에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 막연히 불안한 사람에게도 이런 장면, 사실 처음은 아니었어라고 말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결국 이 책은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방향 감각을, 관심 없던 사람에게는 호기심을 남긴다. AI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고, 잘 몰라도 괜찮다. 다만 우리가 왜 지금 이 기술을 이렇게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충분히 한 번 펼쳐볼 가치가 있다. AI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 이야기였던 책이었다.
#AI와40인의괴짜들, #좋은땅, #인디캣책곳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