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의 1막 1장 건국 신화
이종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우리 역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한 사람이다. 평소에 한국고대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  저 책을 읽고 있는데 최근에 좋은 책들을 발견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종욱 교수의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느낀 신선함 때문이었다. 이종욱 교수는 기존 사학계의 권위주의적이고 실증주의적인 그리고 또한 보수적인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신선한 자유로움과 개방적인 태도로 화랑세기를 접근하였고, 진위 논란이 많은 화랑세기를 실질적인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이를 통하여 신라의 모습을 재생하는 노력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사학이 갖는 학문으로서의 엄격함과 상치되는 듯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양한 가능성과 재해석, 그리고 탈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통한 과학적 상상력의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하리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평가에 근거하여 "한국사의 1막 1장 건국신화"를 읽으면서 또 다른 기대를 갖게 되었다. 기존 사학계의 경직된 분위기와 엄격한 문헌주의, 타 학문적 연구성과와의 연동적인 개방성 부족 등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한 계기를 볼 수 있었다.  이종욱 교수 특유의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통하여 많지 않은 문헌적 사료에 기초한 우리 역사속의 건국신화들을 해석하여 신화화 하기 전의 역사적 사실들을 추론해 내고 그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는 노력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일제하에서 대대적으로 자행되고 친일학자들에 의해 학문적으로 뒤받침된 민족정기 말살 정책에 의하여 우리의 역사는 신화라는 이름하에 역사성을 박탈당하는 과정을 거쳤고, 해방 이후의 정치/사회적인 환경은 이러한 과정에 대한 명백한 재정리 내지 재자리 찾기 운동이 문화적/학문적 영역에서건 정치/사회적인 영역에서건 별 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게 하였으며, 이러한 양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듯한데, "한국사의 1막 1장 건국신화"는 문화인류학적 성과와 고고학적 성과 그리고 비교신화학적인 성과 등, 여러 관련 학문의 연구성과와 업적을 연계하여 신화속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찾아내고 복구하여 우리의 역사에서 신화의 이름으로 박탈당한 역사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고대사에 관련된 문헌적 사료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새로운 자료들의 발굴에 대한 기대 가능성은 매우 적은 상황에서, 고대사 영역에서의 새로운 연구와 발전은 주변 관련 학문 즉, 문화인류학, 고고학, 기상학, 천문학, 동/식물학 등 다양한 영역의 학문적 성과를 연계한 종합적인 접근과 새로운 시각을 통하여 담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고 확인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의 1막 1장 건국신화"는 역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만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중국과 일본에서의 역사왜곡과 무한경쟁 속에서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의 가치를 지켜 나갈 수 있는 길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