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인생 수업 - 세기의 지성이 건네는 24가지 지혜
성기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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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지원 받아서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행복을 논증할 수 있나요?


러셀이 행복에 대해 말하는 저서가 출간된지 약 한 세기가 지났다. 지금 이 책이 출간된 건, 인간이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인생을 고민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합리주의자인 러셀의 답이, 여전히 참조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리라.


재미있게도, 이 책의 구성 자체가 인생의 궁극적 목표를 행복으로 상정한다. 1장부터 4장까지는, 행복한 인생을 위한 방법론이며, 5장은 그 모든 방법론이 충족되었다고 전제한다. 그러고는 행복을 쟁취하는 법에 대해 논한다. ‘쟁취’라는 표현이 낯설 것이다. 책에서는 ‘정복’을 이야기 하지만, 결국에는 소거법을 통해 남은 자리에 긍정적인 요소를 채우면 행복할 수 있다는 러셀의 논리 구조 자체가, 인생의 주체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정복보다는 쟁취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러셀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불행의 해부’에 있다.

러셀은 불행의 원인을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인지적 습관에서 찾는다. 러셀의 자기 몰입 비판은 현대 심리학의 반추와 같고, 질투와 비교의 매커니즘은 사회 비교 이론과 연결된다. 걱정의 비합리성은 인지행동 치료의 기본 전제와 같은 구조를 취한다. 즉 러셀은 사실상 인지치료의 원리를 철학적 언어로 선취한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교양서가 아니라 실천 철학의 고전으로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안나 카테리나에서 말했듯, 행복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불행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사실상 인간이 느끼는 행과, 불행은 합리의 영역이 아닌 주관과 감정의 영역이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것을 합리라는 틀에 맞춰 찍어낼 수 있을 것인가? 러셀의 소거법이 사랑, 연민, 열정과 같은 추상의 영역으로 확장될 때, 인간은 독특한 긴장에 놓인다. 러셀은 사랑조차 합리적 설계의 대상으로 놓고, 연민을 재정의하며 감정의 비합리성을 의도적으로 걷어내지만, 우리는 여전히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사랑에 빠지고 연민을 던진다. 유용하지 않은 지식을 탐하며 책을 읽기도 하고, 불행이 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우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다시금 사랑하며 인생을 딛고 선다.


결국, 근대적 인간의 ‘뭐든지 정복 가능하리라’는 오만함은 백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은 정복되었는가? 인간은 정말 행복한가? 모순적이게도, 여전히 그렇지 못하기에 우리는 ‘인생 수업’을 찾는다. 러셀의 합리성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랑하고, 알고, 교육하고, 불행을 제거하여 행복을 쟁취하라는 하나의 도식은, 적어도 인생을 인간의 의지와 전략의 문제로 치환한다.


세상과 운명 앞에 인간은 작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무기력한 존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러셀에 의하면 사랑하고, 알고, 행복하려고 발버둥치는, 전투적이고 능동적인 개인인 것이다. 그리고 어떤 불행 앞에서, 우리는 그의 논리 자체를 위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떻게 행복해지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를 인생의 어떤 위치에 둘 것인지, 각자의 답을 구성하라는 초대장이다. 그 초대에 응하는 것만으로 이 책은 제 몫을 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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