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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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컨대, 물속에서 50분 이상 머무는 법도 알아내지 못한 그들이 내 빨판의 작동 원리를 알 리가 없죠!


문어의 유쾌한 상상력이 담긴 이 의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인간과 바닷속 생물들은 서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깊은 바닷속에 사는 수많은 생물들은 늘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지고,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영역으로 간주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미지의 해양 생물의 생태 시스템을 간단한 과학 원리로 풀어내어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했다.예를 들어, 민물 고기와 해수 고기가 삼투압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오줌을 싼다거나, 아가미를 미친 듯이 사용하는 방식은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민물과 해수 두 환경에서 모두 살 수 있는 연어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는 역시 어떤 환경이든 맞춰서 진화하기마련이네 싶어 감탄했다. 추운 바닷속에 사는 온열동물인 고래의 체온 변화에 대한 물리적인 이론과 그 방식이 가진 한계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다말고 나는 옆에 앉은 가족이라도 붙잡고  그거 알아? 고래는 죽으면 과열 상태가 되어 스스로 익어버린대! 라고 외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5부 **‘빛의 존재’**였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생명체들, 작은 생명체에서 커다란 상어까지, 수없이 오랜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어떤 부위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읽으며, 또 상상해 보면, 거대한 지구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 앞에서 인간의 작음을 느끼며 겸허함이 우러나왔다. 

이 책을 사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큼직한 책에 읽기 좋은 글씨 크기, 그리고 각기 귀여운 일러스트들이다. 처음에는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그림 대신 사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일러스트 덕분에 해양 생물들이 귀엽게 각인되었고,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호기심이 커졌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현재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생물이 발견되며(목격되며) 기존 이론을 뒤집고 있다. 그들의 물리적인 생존 방식에 대한 연구는 결국 인간에게 이로운 발명과 환경적 통찰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해양 생물들은 지금도 미지의 세계 속에서 인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이렇게 귀엽고 재미있는 책이 언젠가 많은 미래의 해양생물학자를 탄생시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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