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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셰프 ㅣ NEON SIGN 10
서윤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1월
평점 :
#유니버설셰프 #서윤빈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북스타그램
< 해당 도서는 자음과모음 출판사로 부터 지원받았습니다 >
전에 서윤빈 작가의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읽고 SF장르와 작가에 대한 호감이 생겼다. 이번에 신작 ‘유니버설 셰프’가 나왔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는데, 뒷표지에는 ‘사라진 아내를 찾아 우주를 항해하는 요리사와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방황하는 손님들의 만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상은 틀에 박힌 변화 없는 현실이지만,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상상 속에서는 많은 일들이 가능한 일들이 가능하다. 그래서 SF장르가 매력이 있는 듯 하다.
요즘 예능에서는 ‘흑백요리사’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서윤빈 작가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일까. 음식으로 인생을 말하고자 소설을 구상했다. 그러면서도 음식 문화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깨알같이 놓치지 않았다. 이를테면, 광기가 가미된 잔혹 요리인 오르톨랑, 카오야징 등이 나오고 음식 쓰레기 문제 등도 너무 드러나지 않게 언급이 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조문객이 오면 그 사람과의 인연과 추억이 서술되듯이, ‘유니버설 셰프’에서는 ‘오멜레토 컴보’라는 셰프의 식당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그의 사연과 하나의 메뉴인 ‘아무거나’ 라는 주문 음식이 형상화되면서 소설이 펼쳐진다. ‘달콤쌉싸름한 초컬릿’처럼 음식이 하나씩 소개되는 것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요리 이름들도 신박했다. 실제는 없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고 맛이 궁금한 것들이었다. 초무침, 한니발 버섯, 베텔게우스 초컬릿 등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셰프지만 그는 사실 떠나가 아내를 찾고 있는 중이다. 아내의 단서를 찾고 퍼즐을 맞추면서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마지막 음식인 ‘델피움’은 ‘오멜레토 컴보’의 죽음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페이지에서 마음이 쿵 가라앉고 삶과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각 장마다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초무침’장에서는 사람들이 ‘아지즈’라는 인물의 존재를 언제쯤은 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p.26) 그의 삶은 풍선 바람 빠지듯이 나아진다고 한다. (p.48) 아지즈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멀미별’이라고 불리우는 포트 행서을 탈출하는 용기가 있었다. 어지럼증에는 초무침이 제격이라는 논리적이지 않은 작가의 말에 묘하게 설득이 되는 것도 흥미로우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을 자꾸 생각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음식이라는 소재는 인간 생활의 거창한 부분이라기보다는 사소한 일상이다. 작가가 음식을 주제로 한 글을 쓰다보니 거의 모든 비유도 음식에 관한 것으로 쓰려고 노력한 것 같아서 작가의 정성스러움에 읽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의 말’을 보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패러디’를 넣었다고 하는데 왜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당황스러웠다. 퇴고하면서 자기검열을 해서 잘 안 보일거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더 알고 싶었다. 패러디를 찾기 위해서라도 재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싶었다. 유쾌하면서도 신선함이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