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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가에쓰 히로시 지음, 염은주 옮김, 기타무라 다이이치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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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북멘토 출판사의 서평단 자격으로 쓴것이고 도서제공 받았습니다)
『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는 제 3의 개의 정체를 밝히는 일을 천명처럼 느낀 기타무라 다이이치의 경험과 절망과 검증과 해명의 단계가 가에쓰 히로시의 손을 거쳐 인터뷰처럼, 보고서처럼, 동화처럼 쓰여 있다. 타로와 지로, 제 3의 개뿐만 아니라 남극을 달리던 열여덟 마리의 가라후토견 모두에게 감동의 서사를 느낄 수 있어, 기타무라의 바람처럼 모두 빛나게 내 마음에 남았다. 60년만에 완성된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p.54 브뤼셀 회의에서 일본은 참가를 승인받아 남극의 프린스 하랄트 해안에 기지를 설치하도록 권고받았다. 사실 그 지역은 미국의 조사로 이미 “접안 불가능”이라고 보고되었으나 당시 일본 대표단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이권을 둘러싼 폭력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패전 11년, 새로운 일본 부흥에 남극 관측대는 상징적인 국가사업이었음에도 1차 월동대는 정보나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접안 불가능”이라는 내용만 알았어도 장소가 바뀌었을테고 어쩌면 2차 월동대와 인수인계가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런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나도, 아이도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p.122 문제는 팀워크였다. 리키가 선도견으로 달릴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선도견이 다른 개로 교체되면 뒤를 따르는 개들의 움직임이 흐트러지고 썰매는 안정감을 잃어버렸다. …… 리키는 가능한 일이 왜 다른 개들한테는 불가능할까.
p.143 이렇게 높고 푹신하게 쌓인 ns hr을 통과할 때 선두에서 눈을 헤치며 길을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을 ‘러셀’이라고 한다. 개썰매의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타무라는 러셀 역을 맡았다.개들이 전진하는 루트를 기타무라가 미리 단단하게 밟아 설면의 저항력을 줄이는 것이다. 효과는 있으나 러셀을 하는 인간은 녹초가 된다.
p.158 “러셀을 해서 개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가 보자고.”
나카노의 제안은 너무도 당연했지만 기타무라는 지난번 탐사때 러셀을 하다가 녹초가 된 경험과 땀을 흘리는 바람에 발가락이 3도 동상에 걸렸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걸 다시 해야 하다니.’
우울한 기분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기타무라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나카노가 이미 러셀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카노 선배! 제가 하겠습니다!”
“내가 꺼낸 말이니 나부터 할게. 기타무라, 다음은 자네 차례야.”
나카노의 갈라진 목소리에 기타무라는 감동했습니다.
“엄마, 썰매개는 인간이 지시하는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동물이야말로 서열이 중요하잖아. 그런 서열이 썰매를 움직이는데도 작용한다는 게 당연하면서도 신기해. 탐험 나갈 때 팀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팀원이 고생하거나 감동하거나 달라진다는 게, 동물도 사람도 리더가 정말 중요하네”
팀 리더나 팀 메이트의 다양한 모습들에서 특히 극한의 상황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판단들에서 공동체를 위하는 방향과 선택이 이렇게 다양하구나 생각했는데, 아이도 그런 부분을 느꼈다니 아이의 성장과 함께 책의 전달력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학자로서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일까, 사이사이에 어려운 어휘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들어있는 듯하고, 화이트아웃, 블리자드, 프레셔릿지, 러셀 등등 남극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간단하면서도 적확하게 설명되어 있어 이야기를 이해하기 좋고 가독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수의사는 동행하지 못했을까?”
“제 3의 개는 혹시 리키인 거 아닐까?”
“남극에 이제는 비행기로 가겠지?”
“남극에 기온이 좀 더 오르면 행방불명된 개들도 다 찾을 수 있을까?”
“60년 전에 일인데도 기록이 그대로 잘 남아 있다니, 책이나 글은 정말 대단하네.”
마음속에 남극에 대한 간접적이지만 깊고 진한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로 이어준 『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는 동물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통찰, 관계에 대한 이해 등, 곁에 두고 종종 읽으면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해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