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나라 정벌 -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
리숴 지음, 홍상훈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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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정벌_글항아리_리숴_홍상훈 상나라. 역사 전공자도 역사 덕후도 아닌 나에게도 상나라는 종종 들어본 중국 고대 국가다. 그래서 『상나라 정벌』이라는 제목은 ‘상나라의 멸망과 관계있는 주변 국가들의 정복전쟁 이야기인 가?’ 했다. 그런데 부제로 붙은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이라니?! 역경에 비밀이 있다고? 동 양사상은 문외한이라 할 수 있을 나도 아는 그 ‘주역’의 역경에 비밀이 있다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옮긴이의 말까지 하면 무려 922페이지에 달하는 글항아리 다운 벽돌책임에도. 리숴의 『상나라 정벌』. 원제는 전상(翦商). 상나라를 파헤치고 정벌하여 결국 멸한 주나라의 비사와 고고학적 증거들과 연구 성과를 바탕 으로 마치 소설처럼, 영화처럼 펼쳐지는 중국의 고대사. 그러니 부제가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이어야만 하는 것은 다 읽은 이들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한 줄 요약이랄까. 서문에서의 추천과 저자 후기는 리숴의 연구에 대한 애정과 노력이 초면인 나에게까지 전해진 다. 에필로그에서 맛보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추론과 스토리텔링은 자연스럽게 900여페이지 의 5000년 전 중국 고대사 그 현장으로 어느 새 푹 빠져들게 한다. 솔직히, 분명 책을 읽었지 만, 생생한 자료(비록 색감은 아쉬웠지만)와 서사구조와 리숴의 글맛, 말맛 덕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책이 워낙에 길지만, 짧게라도 남겨보자면, 이 책은 중국 상고시대부터의 문명 기원에 관한 기록이다. 신석기 시대 말기부터 상, 주, 은주혁명까지 약 1000여년의 이야기. 그리고 인신공 양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인신공양제사와 상나라의 멸망이 맞닿아있다. ‘문명’이라 정의할 수 있는 요소에는 도시, 야금술, 문자가 해당하는데, 상나라는 각종 주요 작물 재배 기술도 있었고, 각 지역 식민지를 통해 청동제조기술도 있었으며, 갑골문이라는 문 자도 사용해 엄격한 문명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한다. 새를 숭배하던 상나라는 하나라와 확연 히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신공양제사였다. 사람, 소, 돼지를 깊고 넓은 제사갱에 몇 개의 층으로 차곡차곡. 골기제작소라는 장소에서는 인간의 뼈로 여러 도구를 제작하기도 했다하니 인신공양의 면면이 국가종교로 왕실, 귀족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행해졌다한다. 인 신공양제물을 주족에게 일임한 후 그 주족이 상나라를 상대로 와신상담한 결과로 역경이 나왔 으며 결국 주족에 의해 상이 멸망하고 후에 주공의 역경 해설서가 더해져 주역이 된다. 그 주 역을 500년 뒤 상나라의 후손이라 할 수 있을 공자가 육경을 통해 뜻을 깊이 헤아려 이어지 니 후세에 하·상·주에 대해 전해지고 평해지는 역사가 오늘과 같다, 기대로 시작한 책이긴 해도 중국찬양 역사사업 일색의 내용이 아닐까 의심도 있었다. 그러나 충격적일 정도의 진실이 고고학적 증거와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담겨있으며, 그 바탕에서 시작하는 저자의 해석이 단연 돋보인다. 그 해석의 개연성에 빠져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듯, 벽돌책이지만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상이 멸하고 주가 일어나 동주-춘추 시기와 공자를 거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왕과 무왕, 주공의 그리고 제후들의 ‘상 지우기’ 과정에서 주역에 이르는 길고 긴, 5000년에 이르는 역사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때로는 쏟아지는 폭포처럼 풀어내 는 리숴의 『상나라 정벌』. 좋.다. p.314 H19와 그 옆의 회갱에서 모두 150여 개의 인골이 발견되었는데, 대부분 부스러진 잔해 로서 엉덩이뼈와 구골, 척추뼈, 팔다리뼈, 머리뼈, 턱뼈 등으로서 점술에 이용된 짐승 뼈 총량 의 10분의 1에 해당했다. 이 구역에는 골기 제작소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H19는 어느 점술사의 작업장이었다. 그는 작업장 근처에 살면서 각종 뼈를 편리하게 골라 가공하고 남은 자투리는 회갱에 던져졌을 것이다. 인골의 예언 효과는 소뼈보다 못했던 듯해서 널리 보급되 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거북의 복갑을 이용해서 점을 치는 현상이 뚜렷이 증가하니, 이 역시 반복적인 시험 후에 얻은 수확일 것이다. p.316 청동 시루는 음식물을 찌는 조리기구인데, 그 안에 담긴 인두도 음식물로 간주되어 쪄 졌을까? 당시 고고학자는 이런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에 은허 의 다른 귀족 무덤에서도 청동 시루와 인두의 조합이 나타났고, 게다가 인두가 속했던 몸뚱이 가 그 옆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상 왕조의 인간 순장 행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p.549 상족은 제사에서 소리를 중시했다. 제물로 바쳐진 동물이 크게 울부짖어 하늘의 신들에 게 제수품이 건강하고 격조에 맞다고 알리는 것이 바로 “소리가 울리는 것은 천지간의 귀신에 게 알라기 위해서”라는 말의 뜻이다. 『예기』는 동주시대에 편찬된 것으로서, 당시 사람들은 이미 상나라의 인신공양제사 행위를 그다지 잘 알지 못했으므로, 상나라 사람도 주나라 사람 처럼 가축을 제사에 바치는 줄로만 여겼다. 상나라 때의 진정한 환경으로 돌아간다면 여기에 는 분명히 인간 희생의 절규가 포함되었을 것이다. p.768,769 주왕은 걸어 들어가 녹대에 올라가 보옥으로 장식한 옷을 입고 불속으로 들어가 죽었다. … 주왕은 신들에게 왕족과 방백을 바친 적이 있는데, 이제 자기를 봉헌하면서 인간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을 가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상제의 신성을 지닌 ‘제신’이 되었으 니, 이후 그는 자연히 반역을 일으킨 주족에게 멸망의 재앙을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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