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5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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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멘토의 역사인물도서관 다섯 번째는 백석.

그간의 역사인물도서관 시리즈 주인공들은 위인전, 평전 등에서 만나기 어려운 인물들이라 영 어덜트들에게 훌륭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았다.

물론 나는 이 다섯 번째, 백석 이야기가 제일 궁금했고 좋았고 아직도 여운이 남아 책에 대한 기록을 주저하게 된다.

쓰는 순간 그 글자들의 나열로만 백석이 내게 남을까봐, 더 잘 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서다.

이 책은 앞서 말 한 것처럼 인물서의 좋은 마중물이 될 수 있어서 적극 추천한다. (물론 이 시리즈가 모두!) 백석의 청년시절부터 노년까지 시간을 따라 어딘가 건너 뛴 듯한 데 없이 매 끄럽게 그의 삶을 함께 사는 듯 볼 수 있다. 그리고 백석과 그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히 잘 묘사하고 표현하여 그들의 관계와 변화들이 당위적 흐름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 으며, 이후에 좀 더 깊이 있는 책으로 확장·연계하기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보기에 참 좋았다.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이나 분위기, 예를 들면 집안끼리의 혼사, 남녀관계, 정치사상에 대 해 활자 앞에 내던져지는 느낌이 아니어서 아이들도 복잡다난한 대한민국의 근현대를 가볍지 만 얕지는 않게 접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마중물도서이며, 마중물 이상의, 어쩌면 이 한 권으로 도 충분할 인물서다.

내 책장 한 쪽은 모두 백석에 관한 책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출판사의 시집 『흰 바람벽이 있어』와 이 책의 제목이 똑같아서 아이들은 대번에 ‘그 시인에 대한 이야기구나’ 안다. 그리고 잘 알려진 그 사진의 백석 얼굴과 그림의 얼굴이 많이 닮았다고도 했고, 표지에 그림들로 이 렇다저렇다 자기 안의 백석을 늘어놓았다.

그만큼 아이들은 백석에 대해 아는 만큼은 알았고 모르는 만큼은 이번에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백석은 글 쓰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한 사람. 그래서 시도 쓰고 동화도 쓰고 번역 도 하고. 하지만 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쓰지는 못한 사람. 그래서 보는 사람이 속상하고 미안하고.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이 백석이었으면 좋겠다고 고운 마음으로 영원 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 식민지로 전락하더라도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백석은, 정치사상이나 경 제 사정은 서툴러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관심도 없었다.

그저 고향과 어머니와 자신만의 고유 한 철학과 세계관을 백석만의 토속적인 언어라는 재료를 써서 백석만의 모던으로 빚어냈다. 그것이 점점 불가능해지던 때부터 백석의 슬픔을 차츰차츰 가늠하자니, 그가 바라보던 흰 바 람벽이 내 눈 앞에도 버티고 선 듯,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마음이 깊어진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이 책을 다시 읽고 난 후에 백기행의 이야기 『일곱 해의 마지막』도 같이 읽어보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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