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에 이는 물결>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제목이 좋았다. 

마음에 이는 물결은 어떤 결을 지니고 있어야 할까? 동요됨을 말하는 걸까? 설렘을 지니는 걸까? 제목 또한 내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게 하고 있어서 책에 선뜻 손이 갔다. 

어느 누군가는 판타지 문학의 거장이라 하던데 전혀 모르는 작가여서 크게 기대하는 바는 없었다. 이 책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각종 비평지 등에 발표한 글들과, 강연 원고 등을 손보아 새롭게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2005년에는 논픽션 부문에서 로커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개인적인 문제들, 독서, 토론과 의견, 글쓰기에 대하여’의 4개의 큰 목차로 나누어 쓰여 있다. 개인적인 회상부터 다양한 주제의 글쓰기, 논평, 그리고 예술에 대한 통찰 등 다양한 글들이 수록돼 있다. 


‘톨스토이를 너무 존경한 나머지 그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 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60대에 접어든 뒤에는 남을 존경하는 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중략>’   P63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에 등장하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에 대해 작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판을 한다. 그동안 입밖으로 내지 못했던 의문들과 이의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강해지고 성숙되는 포도주와 비슷하다고 하며, 어떤 감정은 순식간에 식초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따라버려야 한다고 한다. 혹은 병 속에서 발효되다가 폭발하면서 유리 파편처럼 사방으로 퍼지는 생각과 감정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훌륭하고 튼튼한 감정은 잘 밀봉해 두면 맛이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는 표현이 너무 멋져서 가슴이 일렁이었다..


‘어떤 거울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 세월을 건너뛰어 번쩍 빛을 내는 영혼이 언뜻 보인다. 아름답다.’     P281

부모 자식, 가족, 연인, 친구 등 관계 속에서 맺어진 시간 속에 들어 있는 추억과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은 그 어떤 것보다 빛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는 그런 것들을 보고 그림으로 그리는 이들이 위대한 예술가가 분명하다는 생각에 나또한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상상력이야말로 인류가 소유한 가장 유용한 도구인 것 같다. <중략> 상상력은 생각하는 방식으로서 근본적인 것이고, 우리가 인간이 되어 계속 인간으로 남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상상력은 정신의 도구다.’    P341-342

상상력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문학과 예술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문학과 예술이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경험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라는 말에도 공감이 된다. 창작의 시작은 경험이고 책을 읽는 것은 신비로운 행동이라고 했다.


나는 판타지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 판타지 문학은 낯설어서 쉽게 접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판타지가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이라는 글쓴이의 글을 읽고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이야기를 믿어야 이야기의 방향을 알 수 있다.’라는 조언을 든든하게 여기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